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홉살 인생>은 전부터 알던 책이었다. 한국작가의 책들을 등한시 보던 때라 읽어보려고 하질 않았다. 김형수 시인의 추천을 믿고 읽었다. 첫문장이 왠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느샌가 책 속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생각났다. <자기 앞의 생> 만큼은 아니지만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슬프게 읽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웃음짓지만 눈물나는, 이것이 문학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주인공 여민이는 아홉살이다. 아버지는 깡패였지만 어머니를 만나 맘잡고 일한다.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2년간 얹혀 살다 독립해서 자신들의 집을 갖게 된다. 달동네 꼭대기집, 허름하고 가난하다. 이 소설의 화자는 아홉살 여민이임과 동시에 29살 저자이다. 저자는 29년 간 살면서 알게된 것들을 아홉살 여민이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현실과 욕망에 대해서, 우정과 사랑에 대해서, 삶과 죽음, 가난과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때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하고(도서관에서 웃음이 터져서 깜짝 놀랐다) 때로는 짠하게 가슴이 아려온다. 희노애락. 혹은 고통. 아홉살 인생이지만, 살면서 겪고 느끼는 감정들은 다 엇비슷하지 않을까? 사랑이란 감정에 당황하고, 죽음 앞에서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때론 웃고 때론 창피해하고.


 한국판 <자기 앞의 생>이라고 하면 실례일까? <아홉살 인생>을 읽으신 분들은 꼭 <자기 앞의 생>을 읽어보시라. <자기 앞의 생>을 읽어본 분이시라면 <아홉살 인생>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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