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쫓는 모험 (하)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신태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기억력을 신뢰하진 않지만, <양을 쫓는 모험>은 하루키씨가 전업작가로 탈바꿈하고 처음으로 탈고한 소설일 것이다.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와 <1973년의 핀볼>은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부엌에서 쓴 소설이고, <양을 쫓는 모험>은 재즈바를 접고 전업작가로써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양을 쫓는 모험 상>을 읽고 꽤 시간이 지나서야 하권을 읽었다. 상권 리뷰를 쓰다보니 하권이 매우 읽고 싶어져서 구입해서 읽었다. 분명 읽긴 했는데, 어렴풋하게만 기억에 남아있던 작품이었다.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게 읽었다. 아니, 전에 읽었을 때는 읽었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이제서야 비로서 제대로 읽은 것 같다.  

 

 <양을 쫓는 모험>은 '네즈미 4부작' 중 3부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네즈미' 는 '쥐'를 뜻하는 일본어이고 하루키는 '네즈미' 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과 '나' 라는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네 편의 장편 소설을 썼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가 그에 해당한다. 1, 2, 3부작을 차례로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댄스 댄스 댄스>를 읽을껄 그랬다. 지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을 읽고 있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댄스 댄스 댄스>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굉장히 환상적이고, 그리고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크게 감명받았었다. 역시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고 읽었지만,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스릴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키가 발표한 순서에 따라 읽으려고, 그리고 <양을 쫓는 모험>의 감동을 좀 더 간직하고 싶어서 <댄스 댄스 댄스>가 아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선택했는데, 계속 <댄스 댄스 댄스>가 읽고 싶다. 역시 아끼면 똥 된다.

 

 이번달에 책을 많이 구입해서 되도록이면 다음달에 책을 주문하고 싶은데, <댄스 댄스 댄스>는 다음달 초에 바로 주문해야겠다. 롯데 알라딘 카드가 월 할인한도가 2만원인데 3만원으로 늘었으면 좋겠다.

 

 또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다. 책을 읽은지 오래되서 리뷰를 쓰다보니 쓸데없는 이야기만 길고, 본론은 짤막하다. 용두사미라고 하기에는 용머리도 아니고... 이젠 작품 이야기를 하자.

 

 상권은 양을 쫓는 모험을 떠나기 까지의 과정이고, 하권은 본격적으로 양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마침내 양을 찾아낸다. 그리고 '네즈미' 와도 만나게 된다. 앞부분은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마지막 부분이 참 좋았다. 모든 것이 용서되고 별점 5점을 흔쾌히 줄 정도로 좋았다. 정말 좋았다. 다시 마지막 부분만 읽고 싶어진다. '나' 를 자신에게 찾아오게 한 '네즈미', 그리고 '네즈미'를 만나러 간 '나'. 두 명의 재회, 그리고 대화. 짧은 만남. 담담하지만, 거대한 세계가 흔들거리는 듯한 만남.

 

 환상적 리얼리즘. 하루키가 그리는 소설 속 세계는 리얼하고 동시에 환상적이다. 우리의 삶은 어떤가? 리얼하지만, 꼭 리얼하지만도 않다. 어딘가 모르게 환상적이다. 소설과 삶. 삶과 소설. 돌고 도는 나선. 삶은 리얼하고도 환상적이다. 하루키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삶은 리얼하고도 환상적이다. 당신이 받아들이든지 받아들지 않던지에 상관없이. 저 눈앞의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삶은 흥미롭고, 그리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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