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편애하는 마음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하루키씨의 팬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는 하루키씨이다. 이 책은 하루키씨의 팬을 위한 책이다. 우치다 타츠루씨의 하루키씨에 대한 팬심이 듬뿍 묻어나는, 그러면서 상당히 깊이있는 통찰과 분석이 담긴 책이다. 

 나는 우치다 타츠루씨를 잘 몰랐는데,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라고 한다. 그는 하루키씨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30년 넘게 하루키를 읽어오셨다고 하니 나보다 20년 선배시다. 

 우치다 타츠루씨가 파악한 하루키 월드는 '아버지의 부재' 와 '공정함',  '파수꾼' 그리고 '탐정소설', '모험' 등 여러가지 구성요소를 토대로한 세계성을 획득한 구조이다. 하루키 소설의 구조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해 봤었다. 하루키의 소설은 어딘가 모두 비슷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모두 통일된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몰랐었다. 나는 단지 '상실' 을 경험한 남자가 '무언가' 를 찾아 나서고, 그리고 결국 '구원' 받게 된다는 그런 모험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스토리를 떠받치는 단단한 구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세계성을 획득하고 있다. 

 하루키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스티븐 킹이 세계적인 작가이듯, 하루키도 세계적인 작가이다. 세계적인 작가라는 말의 뜻은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고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세계에 엄청난 독자층을 확보한 그리고 그 독자들에게 견실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일본 문학계, 평론계에서 하루키씨는 혹평을 당한다. 심지어 평론계에서는 이런 말까지 한다. '하루키 때문에 일본 문학이 무너지고 있다.'  하루키는 이에 이렇게 응대한다. '고작 나 하나로 인해 일본 문학이 무너진다면, 이미 일본 문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지당한 말씀이다. 일본 문단에서는 하루키를 저평가 하고, 그리고 하루키의 문학이 왜 세계적으로 읽히는지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하루키가 싫은 것이다. 하루키가 싫은데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니깐 더욱 싫어하게 된다.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꿀 수도 없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뒤늦게 하루키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실수 혹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도 새삼스레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였지.' 하고 깨닫게 되었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세계적인 문학상도 여러 수상하고, 뉴옥타임스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고, 예루살렘 문학상도 수상했다. 이미 세계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일본 문단보다 미국, 유럽에서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책은 하루키씨의 팬들에게는 정말 귀중한 책이다. 그의 분석과 통찰은 날카롭고 깊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절하다.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흐음, 그렇군.' 하고 음미하게 된다. 내가 왜 하루키를 좋아하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왜 많은 독자들이 하루키를 좋아하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하루키에게는 '공정함' 이 있다. 이것이 하루키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니다. 어쩌면 하루키의 편파성이 오히려 하루키가 더욱 사랑받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예루살렘 연설은, 분명 역사에 남을( 적어도 하루키씨나 하루키 팬들에게는) 명연설이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선언한다. 소설가의 일은 벽과 알이 대립할때 알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그렇다. 벽의 편에 선 소설을 도대체 누가 읽는단 말인가? 유대인을 학살하는 나치의 입장에 선 소설이라? 가당치도 않다. 설령 알이 벽에게 무참하게 깨질지라도, 소설가는 그리고 소설은 알의 편에 서야한다. 그렇지 않은 소설은 의미가 없다.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평범하고 나약하지만 거대한 세력에 맞선다. 그들은 저쪽 세계로부터 이쪽 세계를 지키는 '파수꾼' 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 중 하나인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토록 사랑받았던 이유는 나는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휴머니즘과 파수꾼. 서로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하루키의 팬이여서 행복하다. 이런 류의 편파적인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루키씨의 신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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