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 모임에서 <죄와 벌>에 대해 준비를 해가야 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다락방님의 <청춘의 독서> 리뷰를 보고 <청춘의 독서>에서 <죄와 벌>을 다뤘다는 걸을 알게됐다. <죄와 벌> 준비를 위해 <청춘의 독서>를 꺼내 들었다. 유시민의 청춘, 유시민의 고전. <청춘의 독서>는 고전독서에 관한 책이었다.

 

 다락방님처럼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유시민씨는 청춘을 이런 훌륭한 고전을 읽으면서 인류의 거대한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며 보냈는데, 나는 게임과 도박, 술자리에 청춘을 보냈다. 이 책에 소개된 14권의 고전들, 모두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나는 그 중에 <죄와 벌> 한 권만을 읽었고, 나머지 책들은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다.

 

 고전을 좀 더 가까이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고전을 읽을때마다 느끼면서도 여전히 내게 고전은 익숙치 않다. 고전은 다른 책들을 읽을 때에 비해서 좀 더 정신력,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 같다. 나는 쉽고 편한 책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후딱 읽고 해치워버릴 수 있는 책들. 부담없이 휴식과 유희를 위해 읽을 수 있는 책들만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여전히 권수에 연연하고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좋은 책' 보다는 '많은 책'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말년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헤르만 헤세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보르헤스의 말>과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을 읽었을 때, 나는 그 두 독서의 거장들이 말년에 읽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의아했다. '왜 그들은 새로운 책, 더 나은 책들을 찾아 헤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만일 나도 내게 책을 읽은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면, 새로운 책을 읽기보단, 이미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좋았던 책들을 다시 읽을 것 같다. 모험보단 안전을 택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안전한 선택이다. 이미 시간과 시대에 검증을 받았다. 혹독한 시간의 풍화작용을 거치고도 남은 작가들, 그리고 고전들은 인류의 유산이며, 지혜이다. 고전에는 아직도 유효한 인류의 질문들이 담겨있다.

 

 유시민은 <죄와 벌>에서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끄집어 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살인은 선한 목적에 의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남에게 폐만 끼치는 인간을 죽임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인류는 지금껏 역사 속에서 이 질문에 여러 번 나름의 답을 내려왔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우월성과 인류의 진화를 위해 유대인을 학살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선한 목적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과연 선한 사람일 수 있는가?"

 

 3월에 이 책을 읽고 '고전을 읽어야지.',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을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빌렸었다. 초반부를 읽다가 기한이 되어 도서관에 반납했다. 같이 빌린 책들, 더 읽기 편하고 쉬운 책들에 자리를 내주고 밀려났다.

 

 나는 왜 독서를 하는 것일까? 재미를 위해? 단순히 재미를 위한 독서만을 하려 했었나? 그럴꺼면 독서보다 재미있는 것, 독서만큼 재미있는 것은 꽤 많다. 나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고 싶어서 독서를 하고 있다. 좀 더 의미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읽고 나면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읽고 나면 뿌듯한 책. '이 책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책들을 어서 읽어야겠다. 재미있는 책보다 좋은 책을 좀 더 우선해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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