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간만에 좋은 책을 연달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하>권과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읽었다. 둘 다 재독이다. <양을 쫓는 모험>은 너무 오랜만에 봐서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웠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예전에 제법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꼭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이제서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다시 만나서 무척 반가웠고 기뻤다.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책 속에 잭 런던의 <모닥불>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아마도 단편소설 <불을 지피다>가 <모닥불>이 아닌가 싶다. 잭 런던은 꽤 자주 들어본 이름이라 그의 책도 한 번 접해보고 싶다. 



 















 전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어딘가에서 올렸던 것 같은데,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악령>의 문구가 등장한다.


 "리자, 어제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

"그건 가혹하다. 그것은 잔혹하다."

-도스토옙스키, <악령>에서 


 저 구절, 뭔가 흡입력이 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6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소설이 다 좋았지만, 내가 전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은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였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때 이 소설은 내 기억 속에 깊숙히 박혔다. 다시 읽고 싶었지만 어느 단편집에서 읽은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사서 목차를 봤을때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라는 제목을 발견하고 매우 기뻤다. 바로 이 소설부터 읽어 나갔다. 이 소설 속에 개구리군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이야기를 한다. 둘 다 개구리군이 좋아하는 소설이고,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하루키의 또 다른 중편소설 '잠' 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잠 못이루는 한 여인은 줄창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다. 나도 더이상 미루지 말고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손에 들고 읽어야겠다. 그리고 <백야>도.


"만일 내가 최후의 순간에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면 개구리 씨는 어떻게 되죠?" 

"개구리 군." 하고 개구리 군은 정정했다.

"개구리 군은 어떻게 할 겁니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혼자서 싸우죠." 하고 개구리 군은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내가 혼자서 그 녀석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안나 카레니나가 돌진하는 기관차를 이겨낼 확률보다 조금 나은 정도죠. 가타기리 씨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셨습니까?"

 읽지 않았다고 가타기리가 말하자, 개구리 군은 약간 유감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필시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하는 것일 게다. -p172,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여기서 개구리 군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힘을 쥐어짜듯이 입을 열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신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게 묘사했어요. 신을 만들어낸 인간이 그 신에게 버림받는다는 처절한 패러독스 속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존귀함을 본 겁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지렁이 군과 싸우면서 문득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하고 말하다가 개구리 군은 잠시 머뭇거렸다. "가타기리 씨, 잠을 좀 자도 되겠습니까?" 좀 피곤해서요." -p180,<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이자. 소설 속 주인공의 다짐이자, 하루키의 다짐과도 같은 글을 소개하며 이 페이퍼를 마치고자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 하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고, 누군가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영문 모를 상자 속에 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p236, <벌꿀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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