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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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알라딘 내에서의 서평단이 아닌 MID출판사 서평단이었다. 출판사 홈페이지는 처음 들어가봤는데 깔끔하고 좋았다. 2010년 출범한 젊은 출판사로 의/과학 분야와 인문/교양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저자 마크 미오도닉은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100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 미국국립연구회, 아마존 선정 올해의 과학책으로 꼽힌 책이며, 뉴욕타임즈 선정 주목할 만한 100권의 책이기도 하다. 


 화려한 명성 그 이상으로 이 책은 좋았다. 좋은 책은 프롤로그만 읽어봐도 안다. 이 책 역시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범상치 않은 작가이자 과학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으로 빨려들어서 즐겁게 읽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재료는 10가지이다. 우리의 산업을 발달시킨 강철, 몹시도 사랑스럽고 인류의 문명발달을 촉진시킨 종이, 우리 문명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콘크리트, 고체에서 액체로 부드럽게 변하는 초콜릿, 경탄할 만한 거품, 다양한 형태, 다방면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 다이아몬드보다 안정된 물질 흑연, 세련되고 품격있는 자기, 그리고 우리에게 불멸성을 쥐어줄 생체재료를 소개한다. 


 모두가 우리 일상 속에서 너무나 흔한 재료들이지만, 그 역사와 과학적인 지식들을 알고나니 너무도 신비롭고 또 재미있었다. 우리 문명은 강철과 종이, 유리와 자기 등 그 재료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했지만 경험적인 지식으로 이들 재료를 사용했다. 그리고 현대 과학, 양자역학적인 과학지식들은 이 재료들의 숨은 비밀을 파해쳐 주었고 우리는 이제 그 재료들을 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보다 더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활용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이러한 달콤한 지식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과학자 이지만 작가로써도 굉장히 훌륭하다. 과학이야기를 이토록 문학적으로 그리고 유머있고 친숙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제 2의 '빌브라이슨' 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 작가의 문장을 소개하며 책 소개를 마친다.


 연애편지는 단순한 언어 이상의 소통이다. 불안한 본성을 위로하는 물리적인 단단함과 영구성을 지니고 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우리 삶에서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한다. 종이는 곧 주고받는 이들의 피부가 되고 냄새가 되며, 필체는 지문과 같은 그들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준다. 연애편지는 속일 수 없고, 잘라 붙일 수 없다. 

 종이의 어떤 면 때문에, 우리는 그냥 있었으면 비밀이 됐을 말을 표현하게 되는 걸까. 보통 혼자 있는 순간에 편지를 쓰게 되고, 그때 종이는 감각적인 사랑에 스스로를 내어준다. 쓰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감동적이고 흘러넘치며 번창하는 하나의 행위다. 사랑스러운 방백이나 가벼운 묘사, 그리고 키보드라는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는 개인성이 한데 모인 것이다. 잉크는 정직함과 표현력을 갈망하는 일종의 피가 돼 종이에 부어지고, 생각이 흘러가도록 허락한다.

 편지는 찢기 어렵다. 꼭 사진처럼, 페이지에서 영원히 메아리를 울리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몹시 잔인한 일이다.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는 끝없는 책망이거나, 최소한 마음이 쉬이 변한 데 대한 고통이다. 종이는 그럼에도, 탄소로 만든 재료로서,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사람을 위한 영리한 답도 갖고 있다. 바로 성냥이다. -p90


 저 문장들을 소개하는 것보다 더 좋은 책소개를 나는 알지 못한다. 저 문장들을 읽고도 이 책이 읽고 싶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어떠한 다른 방법으로도 당신을 설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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