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은 두번째로 본다. 우연히 처음으로 접한 책은 <살인자의 건강법>이었다. 아멜리 노통브란 작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빌리려다가 없어서 <살인자의 건강법>을 빌리게 되었다. 물론 빌리기 전에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서 검증을 하고 보긴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굉장히 지적인 문장들과 대화들이 좋아서 금새 읽을 수 있었고, 내용도 아주 좋았다.

 

 이 책은 첫번째 책을 많이 연상시켰다. 너무나 많은 것이 유사해서 시리즈물인가 싶을 정도이다. 포맷이 비슷하다. 대화, 살인, 밝혀지는 진실. 이 책도 재미있게 보고 단숨에 보긴 했지만, 먼가 아쉬운 느낌이다. 소설의 호흡이 짧고 빠르다. 대화도 지적이고 숨가쁘게 진행된다. 하지만 먼가가 빠져있다. 깊은 감칠 맛이 우려나지 않는다. 푹 고아놓은 사골국물처럼 우려내고 우려낸 맛이 없다.

 

 마치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와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런 느낌, 이런 형태의 소설도 충분히 재미있고 존중해 주어야겠지만 소설로써 무언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소설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을 생각해 봤을 때, 등장인물도 너무 적고 그 등장인물도 너무 평면적이고 단조롭다. 그리고 대화로만 소설을 진행하다 보니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같은 것이 없다. 인물의 심리를 깊이있게 파고 들어가지 못한다. 피상적이다. 오히려 파트리크 쥐스킨트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소설가의 스타일이 나는 더 좋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에는 한 등장인물의 독백만으로도 진행되는 <콘스라베이스>라는 소설이 있는데, 정말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비둘기>같은 소설도 한 인물의 생각과 행동만으로 진행되는데 역시나 깊이 있는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정말 걸작이다. 1부는 한 인물의 독백으로 진행되고 2부는 일인칭시점인데, 그 인물의 심리를 정말 심연에 심연을 들어다볼 정도로 깊이있게 드러낸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인물은 깊이가 없다. 그가 한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소설 속 등장인물로 느껴질 뿐이다.

 

 사건은 넘어가고 배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배경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다보니 머릿 속에 배경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이 소설 속 배경은 공항인데, 여타 다른 공항과 다를 바 없는 그냥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공항일 뿐이다. 물론 이 소설에서 배경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역시나 배경에 대한 묘사가 없다보니 실제하는 공간으로서의 느낌이 없다. 실재성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정말 내가 마치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가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좁은 방에서 여러 인물들의 틈에 끼어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방의 냄새를 맡고 있는 듯한 사실감이 있었다. 주인공과 함께 거리를 걷고 건물에 들어가고 살인을 목격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또한 배경에 어마어마한 사실감을 부여했다. 정말 그 소설을 읽을 때 과거의 파리로 순간이동한 느낌이었다. 복잡하고 더러운 파리의 도시를 주인공과 함께 배회했다.

 

 물론 다른 장르의 다른 형태의 소설을 이렇게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취향을 밝힌 글일 뿐이다. 나는 인물과 배경에 사실감이 부여된 소설이 좋다. 등장인물이 진짜 개성있는 한 인간으로 느껴지고, 소설 속 공간에 정말 푹 빠져들어갈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이제는 당분간 안 볼거라 생각했는데, 아는 분이 책을 한 권 빌려줘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앞서 읽은 두 소설과 조금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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