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5전이 마무리 되었다. 그동안 기사를 통해 틈틈히 그 대국의 결과를 지켜봤고, 방금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이세돌 vs 알파고 편을 들었다. 그 팟캐스트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전에 치뤄진 녹화였다. 게스트로 국내의 인공지능의 권위자 한 분과 이세돌에게 10판 중 2판이나 이긴 9단의 프로기사분이 초빙된 방송이었다.

 

 팟캐스트의 마지막에 알파고 대 이세돌의 경기결과를 예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리에 모인 6명 모두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다. 대부분 5대 0의 압승을 예상했다. 이세돌 또한 경기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5대 0 승리를 예상했다. 알파고와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의 대국으로만 봤을 때는 분명 알파고는 이세돌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4개월 후에 나타난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참패를 안겨줬다. 4대 1의 알파고의 승리였다.

 

 이세돌은 알파고의 다음 대전 상대로 국내 1위인 박정환을 꼽았다. 알파고는 현재 세계바둑랭킹 2위라고 한다. 1위는 중국의 커제이다. 커제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호언했다. 만약 대결이 성사된다면 어떤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알파고는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다. 기존의 어마어마한 연산력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능력에 학습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딥 러닝이라 불리는 기능이다. 체스는 벌써 20년 전 1997년에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패했다. 하지만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서 인공지능에겐 더욱 어려운 과제였다고 한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이라고 한다. 바둑 역사상 똑같은 기보는 단 한개도 없다고 한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수가 10의 90승이라고 하니 10의 170승이 얼마나 큰 수인지 대략이나마 짐작이 가실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계산 속도가 빨라도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 때문에 인공지능에게 바둑은 어려웠다. 하지만 학습기능을 통해서 인공지능은 바둑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이세돌보다 잘 두게 되었다.

 

 알파고의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성장이 너무나 빠르다. 겨우 4개월 만에 이세돌을 따라잡았다. 중국의 커제 또한 시간문제일 뿐이다. 앞으로 인간이 바둑에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인간이 체스에서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이세돌 대 알파고의 대국은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내가 바둑을 잘 몰라서 안타까웠지만, 4국에서 이세돌의 승리는 분명 감동스러웠다. 어떤 바둑기사는 이세돌의 '신의 한수'를 보고 1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세돌이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줬다.

 

 나도 알파고의 승리가 굉장히 당혹스러운데, 바둑계 분들은 충격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이세돌과의 대국 전에 구글은 과연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을까 하는 점이다. 알파고의 학습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것은 아닐까?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인공지능에 대해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더 앞선다. 네이버 뉴스에서 세계의 과학자나 지성들의 코멘트를 듣고 싶었는데, 찾기 힘들었다. 단순히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섰다고 볼 문제가 아니다. 나는 현재 벌어지는 일이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도 생각된다. 인공지능이 체스도 이기더니 바둑까지 이겼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둑을 이기다니' 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능력을 손에 얻었다는 점이다. 학습을 통해서 우리가 일컫는 고도의 직관과 경험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바둑을 통해서 그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아직은 바둑에 국한된 이야기다. 하지만, 학습하는 능력은 모든 부분에서 쓰일 수 있다. 기계가 단순 육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었듯이, 이제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지적활동이나 매뉴얼화된 활동뿐만 아니라 고도의 경험과 직관이 필요한 두뇌활동까지 점차 그 분야를 넓혀나갈 것이다. 최근에 기사에서 많은 의료인들이 오랫동안 찾아내지 못했던 질병을 인공지능이 단 5분 만에 진단해냈다고 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기사 몇 천편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위주의 기사 작성은 인공지능에게 누워서 떡먹기 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질병을 찾아낼 수는 있지만, 환자와 대화하고 상담하고 치료하기까지는 머나먼 이야기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질 않는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게 될까? 아니 자의식이란 것이 과연 필요할까? 자의식이란 것이 없어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일자리때문에 인공지능이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의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것 같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능력을 통해서 우연히 의식을 가지게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이유는 우리가 의식에 대해서 모르고 있기 때문에 행여나 우연히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창발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루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터미네이터>에서 어느날 갑자기 스카이넷이 자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지능은 학습하는 능력뿐만아니라 점차 다양한 능력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학습은 통해서 감정을 배울 수도 있고, 수많은 상식을 얻을 수도 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능력들을 하나씩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의식이 발생되진 않을까? 방대한 네트워크에서 단일된 자아같은 것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마치 인간의 수많은 뉴런의 네트워크에서 단일된 의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은 공상이고 혹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책을 읽어봐야겠다. 이와 관련된 좋은 책들을 아시는 분들은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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