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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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은 머고, 독후감은 머고, 리뷰는 머지? 원래 언어란 모호한 것이다. 이 셋은 같은 듯이 다르며 다른 듯이 같다. 그런데 왠지 서민 교수님의 이 책은 너무 좋은 서평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서평은 바로 이런 것이야! 서평은 이렇게 쓰는 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나도 이런 서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정말 본 받고 싶고 교본으로 삼고 싶은 훌륭한 서평들이었다.

 

 나는 서평을 지향하지만 현실에선 리뷰에서 만족한다. 서평을 쓰려면 그 책이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적절한 인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용이 없으면 서평이 아냐?"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적절한 인용! 인용이 중요하다.

 

 때문에 나는 보통 책 리뷰를 쓸 때는 책을 읽은지 오랜 후이고 책은 도서관에 반납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인용을 할 수가 없다. 간혹 좋은 구절을 컴퓨터나 노트에 적어놓기도 하지만, 리뷰쓸 때 그것을 찾아보는 습관은 아직 없다. 아주 가끔 있다.

 

 서민 교수님의 서평에는 아주 적절한 인용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 인용과 교수님의 생각이 아주 잘 콜라보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 인용만큼 중요한 것은 저자의 통찰, 생각! 서민 교수의 서평에는 자신의 관점과 비평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속이 시원한 사회풍자와 비판이 있다.

 

 아직 하나가 더 남았다. 책 소개와 인용, 통찰력있는 자신의 관점과 비평, 그리고 바로 자신의 진솔하고 시시콜콜한 일화이다!  "응? 서평에 자기 이야기가 꼭 있어야 돼?" 라고 말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진정한 글쟁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에세이적 요소를 가미한 멋진 서평이 완성되는 것이다. 글에 MSG같은 양념을 첨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한 결 부드럽고, 유쾌하고 진솔하게 느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아, 그러세요? 그럼 님도 그렇게 써보세요." 라고 삐닥하게 나오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이런 완성도 있는 서평을 한 편이라도 써보고 싶다. 셋 다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세번째가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많은 리뷰와 페이퍼를 썼지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글들을 거의 전무하다. 사실 별로 쓸 이야기도 없거니와 쓸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한 번 시도해봐야겠지만, 사실 정말 쓸 이야기가 없다. 알라디너 다락방님의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었을 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아니 어떻게 자기 이야기를 저렇게 술술 풀어낼 수가 있지? 그런 사소한 일화들이 전부 자세하게 기억에 남아있으시나?' 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나도 살면서 시시콜콜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그렇지만 막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철저한 '無' 뿐이다. 먼가를 생각하려고 하면 할 수록 '無' 가 점점 커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음... 쓸데없는 자아성찰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생각해보니 나는 대화를 할 때도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주로 듣는 편이 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에 내가 관심있는 주제들뿐이다. 특히나 요즘은 더 심하다. 내게 일상이란 오로지 조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는 행위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외의 일들은 단순하고 단조롭다. 아주 간혹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가지만, 여행이야기를 할 때는 여행을 다녀오고난 잠시동안 뿐이고, 금새 잊혀진다. 나는 사실 금새금새 까먹는다. 내 머리 속에는 어떤 지우개가 있어서 대부분은 대충 지워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남기고 싶은 것들은 남기는 것 같다. 무슨 기준으로 남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성능좋은 지우개이다.

 

 다시 책이야기로 돌아와서, 서민교수님 이야기를 해보자. 서민교수님은 알라딘마을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처음 만나뵙게 되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분인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뵙어야 하는건데. 세계적인 기생충학자이시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리고 마태우스라는 닉네임으로 알라딘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소설 마태우스>라는 괴작을 남기셨다고 들었다. 모두가 읽고 싶어하지만 쉽게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은 그 소설 말이다.

 

 왜 알라디너들이 서민교수님을 좋아하는지 이 책을 보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진솔하시다. 유머감각있으시다. 귀엽고 순수하시다. 아직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은 서민교수님을 보면 참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 때문에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유쾌하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외모빼고 모든 것을 다가지신 분이다. 물론 외모도 굉장히 호감형이시다. 서민교수님의 순수함때문에 가끔 도가 지나친 듯해보는 행동들도 귀엽게 받아들여진다. 의도에 어떠한 사악함이나 저속함이 없다. 때문에 그의 잘못된 행동들도 귀여운 실수로 비치리라. 나도 늦게나마 서민교수님의 팬이 되었다. 서민교수님 만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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