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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에 프랑스에서 IS에 의한 테러가 벌어졌다. 그 이전에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에 의한 9.11테러가 있었다. 여전히 세계는 끊임없는 테러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잠시도 총알과 포탄이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분쟁, 전쟁, 내란, 소요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악마가 있다면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으리라.
뉴스에서는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팔레스타인 난민, 시리아 내전, 이집트 민주화 운동,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미국의 이라크전, 탈레반, 알카에다, IS 등 끊임없이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설사 관심을 갖는다고 해도 피상적인 지식만을 접하게 된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뉴스에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중동은 현재 끝없는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세계는 그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언제 어디로 거슬러가야 올라가야 할까? 병이나 증상을 진단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on set을 파악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되었나?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슬람 분쟁의 시작은 언제였으며,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세가지로 본다. 첫째는 서방의 제국주의와 식민지 건설이다. 이 때가 근원적인 분쟁의 씨앗이다. 지금 아프리카가 분쟁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유와 같다. 서방에서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자기마음대로 영토의 경계선을 그었다. 하나의 영토 안에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민족, 종교를 우겨넣었다. 또는 미국과 소련의 이념에 의한 영토나누기도 벌어졌다. 마치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듯이, 중동도 그렇게 강대국들의 임의대로 쪼개졌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다. 이는 미국을 우방으로 한 이스라엘과 중동 대립의 시작이었고, 끊없는 성전과 테러의 시작이었다. 이로 인해 제4차 중동전쟁까지 벌어지고, 수많은 '자하디스트(성전을 수행하는 사람이란 뜻)'를 양산해냈다.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종교전쟁, 미국에 대한 깊은 증오와 혐오가 뿌리내렸다.
셋째, 1979년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이다. 이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결국 소련의 발목을 잡아서 소련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게 되고, 소련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몰래 뒤에서 어마어마한 게릴라 조직의 양성에 돈과 무기를 제공한다. 미국은 무장조직, 게릴라조직에 대한 양분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키운 자식들이 악마가 되어 돌아올지 모른채.
정리하자면, 서방의 제국주의와 식민지건설이 분쟁의 씨앗을 뿌렸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의해 서방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증오가 뿌리내렸다. 그리고 1979년 소련.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통해서 무장조직, 게릴라조직은 미국에게 양분을 공급받게 된다. 그리고 이 조직들은 훗날 테러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뿌린대로 거둔다. 결국 테러는 서방에 대한 이슬람의 무력투쟁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시대때 중국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새워서 이토히로부미 암살 등 테러작전을 펼치고, 국지전,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과 똑같은 양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슬람의 테러에 공감하지 못한다. 민간인까지 휘말려드는 무차별 테러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이스라엘, 소련의 침공에서는 민간인이 휘말려들지 않았을까? 민간인을 피해서 총을 쏘고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결단코 아니다. 똑같은 관점에서 보면 미국, 이스라엘, 소련의 침공과 이슬람의 테러는 동등하다. 이슬람은 테러가 아닌 전쟁을 수행중이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테러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서방과 이슬람세력간의 전쟁으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훨씬 복잡하다. 이슬람 국가간들 간의 전쟁(이란과 이라크,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등), 국가 내에서의 권력을 잡기위한 내전(시리아 내전, 아프카니스탄 내전, 이라크 내전 등),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종파갈등, 독재와 민주화투쟁,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종교분쟁 등이 함께 중동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가장 큰 핵심이 내게는 종교로 보였다. 종교만큼 사람을 과격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배타적인 종교관은 어떠한 타협도 거부한다. 종교가 구심점이 되어서 쉽게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성전의 이름하에 자살테러를 일으킨다.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눈멀게 한다. 물론 종교는 하나의 이유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이유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종교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해결이 어렵다는 면에서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기대이상으로 아주 좋았다. 이슬람 분쟁의 역사와 그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책들을 고르던 중 가장 괜찮아보여서 선택했다. 내가 원하는 내용이 딱 담겨있었고, 글도 읽기 좋고 편했다. 잘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익숙치 않은 지명, 명칭 등으로 인해 어려웠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맥을 잡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