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골, 울란바토르, 알타이. 그녀가 알타이로 떠난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갈잔 치낙이 그곳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본래 그러한 것이다. 어느 순간 문득 내 머리 속에 북소리가 둥둥하고 울리는 것이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이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곳에 가야만 한다. 그 소리 속으로 들어가야만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척박한 땅 몽골, 대초원, 아직 사람이 닿지 않은 땅, 문명이 미치지 못한 땅, 마치 거대한 동물의 등뼈를 연상시키는 갈라진 산맥들. 그 동물의 눈같은 푸른 호수. 그리고 휘몰아치는 거센 돌풍. 바람과 추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야크 똥을 모으는 유목민들. 불. 유르테의 꺼지지 않는 불의 여신.  

 

 책을 읽으면서 나는 거의 알타이에 있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알타이의 정령이 되어 저자의 주위를 맴돌았다. 배수아씨가 알타이에서 느낀 정령의 정체가 실은 나였다. 나는 그녀와 여행을 함께 했고, 그리고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알타이를 유목민들을 배수아씨를 마리아를 갈잔 치낙을 지켜보았다. 거의 알타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곳은 생명이 숨쉬고 있는 곳이었다. 자연과 내가 엄격히 분리되고, 때로는 혼란스럽게 뒤섞인 공간이었다. 유목민들이 수줍게 미소짓는 곳이었고, 알타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그리고 그리워하는 마리아가 있는 곳이었다. 갈잔 치낙이 너스레를 떨면서 때론 진지하게 농담을 내뱉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글들이었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들이었다. 너무 과하지 않게, 차분하고 고요하게.

 

 그녀가 알타이를 묘사하는 글들을 읽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알타이의 정령이 되었다. 그녀의 글이 나를 그곳으로 강제 소환했다. 야크의 정령을 보았고, 이글거리는 불의 여신도 만났다. 물 속에 뱀처럼 구불거리며 빛나는 정령도 볼 수 있었다. 그곳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고, 혹독한 추위와 자연이 가진 거친 아름다움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신비로움도. 

 

 이 책을은 나에게 아주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담담하게 진행되다가 얼음이 쩍하고 갈라지는 듯한 충격이 책의 거의 끝에 있었다. 열심히 야크 똥을 주워모았는데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거기에 불의 여신이 찾아와서 큰 불꽃이 두 번이나 일었다. 너무나도 멋진 마무리였다.

 

 그 마무리 중에 하나를 소개하며 나도 이 글을 마친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마리아, 너는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열렬한 그리움의 열광자이다. 그리움만으로 너는 거의, 알타이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