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

감독 리틀리 스콧

배우 해리슨 포드, 롯거 하우어, 숀 영, 대릴 한나

장르 SF, 액션, 드라마

 

 간만에 영화를 보았다. 1982년도 작품이다. SF의 고전이자 걸작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리틀리 스콧 감독은 <마션>, <프로메테우스>, <글레디에이터>, <에이리언> 등의 영화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시다.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에서의 앳된 모습 보여주신다. 롯거 하우어의 악역도 굉장히 인상깊었고, 숀 영의 외모는 마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대릴 한나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2019년이다. 불과 3년 밖에 안남은 미래인데... 영화 속 2019년은 역시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식민지 건설을 위해 만든 복제인간이 반란을 일으키고 도망쳐 다닌다. 이런 도망친 복제인간을 '제거' 하는 특수경찰을 블레이드 러너라 한다.

 

 일단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1982년에 2019년을 배경으로 만들었으니 37년 정도 후의 미래를 그린 것인데 너무 미래를 낙관한 것은 아닌가 싶다. 현재 시점에서 봤을때 2019년은 커녕 2119년은 되어야 이런 미래가 아닐까 생각된다. 미래 배경의 SF영화는 항상 자동차가 날아다닌다. <백튜더 퓨처>에서 2015년의 미래가 나오는데, 역시 자동차가 날아다닌다. 우리에겐 2015년은 과거인데, 자동차는 여전히 도로 위에 납작 붙어서 다니고, 역시 여전히 대리운전이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제가 되어야 자동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고 하늘 위를 날아다닐 수 있을까? 앞으로 50년 정도는 지나야 그렇게 될까?  그리고 우주 식민지 개발과 복제인간도 아직은 굉장히 멀게만 느껴진다.

 

 영화 초반에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어느 순간 이런 잡생각은 날아가 버리고 영화에 빠져들게 되었다. 미래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있지만, 왠지 정말 미래인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과하지 않게 미래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지금 개봉해도 손색이 없을 SF영화다.

 

 또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보자. 아니 어쩌면 핵심적인 이야기일수도 있다. 이 영화는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인간의 비인간성 비인간의 인간성을 다룬다.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영화 참 좋다.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는 인물들 너무 좋다. 선과 악이 뒤섞인 것도 너무 좋다. 복제인간을 인간으로 봐야할 것인가? 분명 미래에는 답을 해야할 질문이다.

 

 영화에서는 복제인간을 테스트하는 방법이 나온다. 각종 질문을 던져서 복제인간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복제인간에게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부족하다. 때문에 보통 20~30가지 질문을 던지면 그전에 복제인간의 말문은 막힌다. 영화의 중요인물인 극중 레이첼도 이 테스트를 받는다. 100가지 정도의 질문에 답하다가 말문이 막힌다. 그녀는 자신이 복제인간인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테스트로 인해 깨닫게 된다. 그 장면이 굉장히 슬펐다. 마치 내가 복제인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슬펐다.

 

 복제인간도 인간이다. 물론 인간이 인정을 해줘야겠지만. 사실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가 서로의 복제인간이다. 유전자가 100% 동일하다. 누가 누구를 복제한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을 다른 한 명의 복제인간으로 봐도 무방하다. 복제양 둘리도 양이다. 하지만 역시나 복제인간은 우리에게 낯설다. 내게 복제인간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왠지 두렵다.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이 좋기도 하고 왠지 기분 나쁘기도 하다. 그냥 서로 신경안쓰고 사는게 좋을까? 아니면 아예 협력해서 2인 1각처럼 함께 하는 것이 좋을까? 예를들면 나는 책을 읽고, 나의 복제인간은 영화를 보고, 서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음... 설명을 그렇게 잘해줄 것 같지 않군. 서로가 서로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머지...? 역시 각자 알아서 잘 살고 가끔 만나서 밥이나 한 끼 먹는게 좋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의 수명은 짧다. 4년 정도. 4년 동안 감정을 배우기에는 너무 짧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슬펐다. 복제인간이 내게는 너무도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영화가 마지막에는 굉장히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복제인간의 인간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 인간적인 모습이란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해봐야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권리이기도 하다.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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