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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그늘에서 - 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
제인 구달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제인
구달.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책을 읽게 되어서
기쁘다. 팟캐스트 <과학책이 있는 저녁>에서 추천해준 책으로,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에서도 소개되고 추천된 책이다.
그리고 위대한 업적이 기록된 책이다.
제인
구달은 굉장히 유명한 과학자, 동물학자이시다. 침팬지 연구의 선구자이자 권위자이기도 하며, 현재는 연구보다는 사회활동에 더 힘쓰고 계신다.
'UN 평화의 메신저'로 이제는 세계평화, 지구보호의 대명사이기도 하시다. 왜 김산하박사와 장대익교수가 그녀를 만나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마치 연예인을 만난듯이 이야기를 혹은 자랑을 늘어놓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이자, 독보적인 네임벨류를 가진
여성과학자이시다. 그녀를 만나는건 영광이다.
그런
그녀도 시작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간직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여성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루이스 리키 박사의 눈에 띄게 되어 그의 조수로 채용된다. 그리고 루이스 박사의
권유로 침팬지 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침팬지 연구는 불모지였고, 그때까지 단 한명의 남자만이 2달 반 동안 침팬지를 연구한 것이 전부였다.
이 책을 읽으시면 알겠지만, 2달 반은 침팬지 엉덩이 구경하기도 힘든 기간이다. 혹은 김산하씨의 <비숲>을 봐도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최소 2년 이상 오지에서 침팬지를 연구해야 하는 이 프로젝트에 제인 구달은 겁도 없이 뛰어든다. 이게 그녀의 비범함이다. 밀림과
아름다운 여성. 어울리는 조합이긴 하지만, 책에서 보시면 알시겠지만, 밀림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동네다. 뱀들이 기어다니고, 표범이
돌아다니고, 침팬지도 인간의 팔쯤은 가볍게 부러뜨리고 찢을 수 있는 완력을 소유한 동물이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 서늘한 그런 위기의 순간들도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제인구달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전지식이나 경험, 혹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지도 않고, 그러니깐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왜냐? 그녀는 자연을 아프리카를 그리고
동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 감수성과 성실함, 그리고 노력과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런 그녀를 자연도 사랑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와 침팬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담긴 매우 귀중한 책이다. 인류가 내딛은 과학적 위업이 담긴 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때로는 그녀의
감수성에 공감하기도 하고, 침팬지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에 경악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의 그늘에 있는 침팬지들에게서 인간을 보게 됐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 연관도가 95%를 넘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적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대략 600만 전에 공통 조상으로 부터 갈라져 나왔다.
아마도 현재의 침팬지의 모습과 더 닮았을 조상으로부터. 침팬지는 침팬지의 길을 걸었고 인간은 인간의 길을 걸었다. 그 유전자의 차이는 5%.
5%가 참으로 굉장한 차이를 만들어냈지만, 우리는 95%에 주목하게 된다. 책을 통해 침팬지들의 행동과 습성, 사회성들을 보며 인간과 놀라운
유사성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침팬지가 인간을 흉내내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침팬지를 흉내내는 것인지.
침팬지들도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낮춘다. 물론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허리를 숙인다. 친구나 형제끼리는
어깨동무도 하고, 서로 간질거리며 놀기도 한다. 불안해 하는 침팬지가 있으면 등이나 어깨나 머리를 토닥여준다. 가끔 '궁디 팡팡'도 해준다.
그리고 과시행동을 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이러한 모습은 어린아이나 격투기에서 승자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유사성은 끝도 없다. 이 책은 침팬지를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장장 10여 년에 걸쳐 관찰한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침팬지들의 가족관계, 집단간의 서열관계까지 오랜시간 관찰한 기록들을 보여준다.
10년.
그렇다. 이 책에는 10년 그 이상의 시간이 담겨있다. 제인구달이 쓴 첫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