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화 - 대니얼 데닛이 들려주는 마음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9
대니얼 C. 데닛 지음, 이희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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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과 의식, 참으로 신비롭고 흥비로운 주제이다. 철학과 과학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랫동안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지만, 여전히 미답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의 작은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거의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어쩌면 이것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비밀일지도 모른다.

 

 데니얼 데닛은 철학자이지만 과학을 기반으로한 철학자이다. 그가 탐구하는 주제는 마음의 작동방식이다. 그는 진화생물학과 뇌과학을 사용하여 철학적 난제들에 도전한다. 하지만 역시나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는 못한다. 아니 그 누구도 아직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도 아직 속 시원하게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나는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일단 이 책은 어려웠다. 나는 철학자들의 글을 읽을때 가끔 좌절을 느낄 때가 있다. 철학자들이 일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고, 개념정립도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문장들은 난해하고 해석불가능했다. 기대에 비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과학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는 그 논리의 간결함과 명쾌함, 멋진 비유에 감동을 하곤 하는데, 어째 철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먼가 답답하고 머리 속이 꼬이는 느낌이다. 리처드 파인만이 철학자들을 싫어하고 조롱하던 내용이 생각난다. 쉬운 내용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이 철학자들의 특기일까?

 

 나는 어떤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그것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일상의 언어로 단순하고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멋진 비유로 단숨에 이해를 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껏 읽었던 과학자들의 글은 그러했다. 너무도 쉽게 설명해서 머리에 속속 이해가 되었다. 과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순간들이었다. 리처드 파인만, 리처드 도킨스,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미치오 가쿠 들의 글이 그러했다. 그 외에도 많은 좋은 작가들의 글이 그러했다. 그러한 점에서 데니얼 데닛은 나와 궁합이 좋지 않았다. 아니면 나의 철학적인 능력부족이거나. 철학을 어떻게 배워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생물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진화론적 가설과 모델을 세워가면서 설명한다. 세포들에게는 의식이 없지만, 그 세포들의 집합체인 우리에게는 의식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것이 가능한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역시나 본질적인 부분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 같다. 결국은 저차원 생물에서 고차원 생물들의 의식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친다. 그는 '지향성' 이라는 개념을 들고 와서 설명을 하려 하지만, 크게 와닿진 않는다. 그걸로는 우리의 의식의 창발을 설명할 수 없다. 의식의 단일성에 대한 설명도 할 수 없다. 우리 뇌에는 단일한 의식 중추가 없다. 뇌의 각 부분에서 담당하는 영역들이 다르지만, 우리에게는 하나의 통일된 자아가 존재한다. 이것은 환상일까?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단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내가 '나'라고 느끼는 이 자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이며,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단순한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하고 구체적이고 실재적이다.

 

 뇌가 곧 나일까? 아니면 뇌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나인 것일까? 최근에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정신과 물질>을 읽었다. 후에 리뷰를 작성하겠지만, 너무도 좋은 책이었다. 역시나 배경지식 부족때문에 조금 어렵긴 했지만, 데니얼 데닛의 글보다는 훨씬 읽기 편하고 이해가 잘 되었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한 축을 세우는데 기여한 물리학자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책은 물리학자가 쓴 철학적 주제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인 글이다. 이 책에서 슈뢰딩거는 두 가지 기적을 말한다. 첫 번째 기적은 물질에서 생명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두번째 기적은 물질과 생명에서 정신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생명이란 무잇언가'에 대한 글은 첫번째 기적인 살아있는 세포의 물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고, '정신과 물질'에 대한 글에서는 두번째 기적인 물질에서 정신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글이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의 리뷰에서 해야겠다.

 

 '정신과 물질'에 대한 글은 정말로 추천드린다. 슈뢰딩거는 우리가 기존의 과학적, 철학적 방식으로는 우리의 의식에 대해서 탐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잘 이해를 못했지만, 요지는 이런 것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의식을 가지고 의식을 탐구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세상이 곧 우리의 의식이다.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고 이성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은 우리의 의식이 창조한 세상이다. 내적인 세상인 것이다. 의식이 창조한 세상 속에서 의식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은 우주 속에서 우주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도 같다. 이 세계가 곧 의식인데, 그 속에서 의식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음... 이 부분은 내가 오독을 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멋대로 생각해낸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서 자신이 없다. 책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아무튼 인간의 뇌와 마음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흥미롭고도 신비한 일이다. 데니얼 데닛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어려워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다른 책들은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길고 장황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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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3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철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좌절할 때가 많아요. 어렵게 어렵게 이해해보면.. 응? 결국 이런얘기?? 즉 쉬운 말을 어렵게 한거 같기 때문이죠 ㅎㅎ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저도 그래서 쉬운 글 좋아합니다. 괜히 어렵게 쓴 글...읽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함정은 아직도 대부분의 과학책들조차 저에겐 조금 어렵다는 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1-13 20:28   좋아요 1 | URL
과학은 그래도 배경지식부족때문에 어려운 것 같은데 철학은 왠지... 그냥 말 자체를 어렵게하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 화가 날때가ㅠㅠ..

북다이제스터 2016-01-13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니얼 데닛... 어려운 분 책 읽으셨습니다.
저도 읽다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6-01-13 20:27   좋아요 0 | URL
이 책 20~30% 정도 밖에 이해못한 것 같아요ㅠㅋ
힘들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