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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아름다운 책이다. 독일 소설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얇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묵묵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인생에 대한 비유, 은유로 가득찬 소설이다.
문체는 간결하고 시원했다. 생각보다 꽤 좋았다. 다락방님의 책 <독서공감, 사랑을 읽다>에서 소개된 책이다. 그전에도 알고 있었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단편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본래 내용이야기, 스포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도 이 소설의 내용을 다 알고 읽었지만, 읽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용을 다 알고 읽어도 상관없는 단편소설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내용이 아닌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답은 소설 속에 있지 않다. 우리 각자에게 있다.
한 부부가 있다. 남자는 곰스크로 가고 싶어한다. 여자는 그렇지 않다. 남자는 오래전부터 곰스크에 가고 싶었다. 거기에 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곰스크는 남자에게 하나의 열망이자 꿈이다. 부부는 곰스크로 가는 도중에 잠시 정차한 마을에서 기차를 놓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그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남자는 돈을 모아 기차표를 사서 곰스크로 다시 가려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직장을 구하게 되고 직장에 딸린 집도 얻게 된다. 이제 더이상 곰스크로 갈 수가 없다. 곰스크로 가려면 직장, 집, 이웃 등 모든 것을 포기해야되는 것이다.
나도 곰스크에 가고 싶다. 다행히 나는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자유롭다. 가족이 생기면 자유가 제약되고 대신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곰스크에 가고 싶다면 곰스크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곰스크에 가고 싶으니깐. 그러려면 곰스크에 같이 갈 사람을 아내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가치관과 태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곰스크에 머가 있는지 모른다. 곰스크에 가면 성공할 수도 있고, 오히려 현재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곰스크가 희망이 아닌 꿈이고 열망이라면 나는 곰스크에 갈 것이다.
로봇공학자 한재권부부가 생각난다. 한재권 박사는 유학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 결심을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그자리에서 바로 오케이한다. 유학생활은 지독히도 힘들었다고 한다.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 한재권 박사는 일주일내내 삼시세끼 샌드위치만 먹어서 이제는 샌드위치라면 치를 떤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했고 몇 년간의 도전 끝에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물론 이것은 성공스토리이고 해피엔딩이다. 유학을 갔다가 고생만 하고 실패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선택이란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을때 하는 것이다. 유학가서 고생만 하고 실패한다고 해도 괜찮다면 그 선택은 해도 된다. 실패해도 남는 것이 있고, 얻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만약 노력하고 그 과정을 즐겼다면,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을 것이다. 사실 실패가 머 그리 중요한가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시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배는 항구에 정박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폭풍우를 헤치고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인생은 하고싶은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인간은 어떠한 환경, 어떤한 일에서도 적응하고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만족하되 안주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곰스크에 대한 나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