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이 있다. 최근에 사서 아직 못 읽은 책들도 많고, 오래전에 사서 내 시야와 관심 밖으로 멀어진 책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격하게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 사지 않을 수 없다. 아, 과연 여기에 나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을까? 내가 책을 사지 않는 것을 과연 선택할 수 있었을까? 단연코 없다. 나는 책을 사도록 이미 결정되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미 읽은 장편소설들을 다시 읽고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에세이들을 읽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에세이를 읽은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더이상 새로운 에세이를 읽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묵시록적으로 반드시. 괜찮다. 에세이를 다 읽으면, 단편소설들을 다시 읽어나가면 된다. 묵시록적 종말은 없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작가가 있기에 든든하다. 바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그의 소설들을 읽어나가고 있다. 좋다. 너무나 좋아서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가끔 하루키와 도스토옙스키를 혼자서 비교하곤 한다. 두 소설가는 내게 어떤 의미일까?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사이에는 취향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루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첫사랑이다.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스토옙스키는? 그는 위대한 소설가이다. 소설가 중의 소설가이다. 가장 뛰어난 소설가이다. 산으로 비유하자면, 하루키는 우리 동네 뒷산이다. 가장 자주 찾는 곳이며, 수많은 기억이 함께하는 곳이다. 가장 사랑하는 장소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에베레스트산이다. 가장 크고 높다. 나는 에베레스트산을 가장 사랑할 순 없다. 아직 그곳에 가본 적도 없다. 이제 막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뿐이다.

 이렇게 비유를 들고나니 먼가 부끄럽다. 하지만, 내 느낌을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느낌일 뿐이니 도스토옙스키를 에베레스트산에 비유한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나는 5만원의 노예이다. 때문에 하루키 책 2권, 도스토옙스키 책 2권을 구입해도 한 권을 더 구입해야 한다. 최근에 장대익교수의 <다윈의 서재>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몹쓸 책이다. 거기에 소개된 책들 대부분이 읽고 싶다. 그 중에 몇 권은 반드시 읽고 싶다. 그 중에 한 권을 주문했다. 제인 구달의 <인간의 그늘에서>. 너무나 기대가 된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있던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중고)도 함께 주문했다.

 

 항상 책을 사면 하는 생각이지만, 정말 열심히 읽어야겠다. 아마, 이번에 구입한 책 6권이 최고의 구매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키와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제인구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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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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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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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0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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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1-23 12:47   좋아요 0 | URL
도스토옙스키의 책 정말 재미있고 훌륭하죠ㅎ
<다윈의 서재>도 좋은 과학책이야기가 많아서 좋았습니다ㅎ
즐거운 등반?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