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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알마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도 유명한 저자, 유명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덜 유명한 편이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이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여러 팟캐스트에서 굉장히 많이 언급되고 소개되는 책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지대넓얕>, <빨간책방>,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소개된 바 있다.)
올리버 색스는 <뉴욕타임즈>에서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리우는 신경과 전문의시다. 안타깝게도 올해 그가 우리 곁은 떠났다. 인간의 존엄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 따뜻한 눈과 마음을 가진 한 과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우리에게 인간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주고 떠났다.
이 책은 풍부한 지식과 감수성, 그리고 환자를 아니 인간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탁월한 문장력과 음악과 예술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진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으로 24명의 임상사례를 소설형식으로 풀어낸 역작이다.
역시나 출판사 책소개를 읽고 나니, 더이상 쓸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때문에 간략하게 이야기해야겠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출판사 책 소개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뇌에 손상을 입어서 장애가 생긴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해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음악교사, 갑자기 성적 충동에 사로잡힌 90세 할머니, 어느 시점부터 기억을 잃은 과거에 사로잡힌 남자, '백치천재'라 불리는 수많은 사례들(예를 들어 숫자나 음악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다른 능력을 떨어지는 저능아) 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해주고, 뇌에 대한 이해도 높여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고 훌륭한 점은 바로 모든 일화를 감동적인 사례로 만들어내는 올리버 색스의 능력이다. 언뜻보면 장애를 겪는 불쌍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그 장애를 받아들이고 그리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아주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정말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싹튼다.
이 책은 정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쩌면 우리들 또한 알게 모르게 장애를 겪고 살아가는 인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뇌의 작용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 이 책은 위대하고 훌륭한 책이다.
사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친숙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늘 눈앞에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탐구해야 하는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법이다.
-비트겐슈타인
만약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이야기, 그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진실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전기이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우리 자신에 의해, 우리 자신을 통해, 우리들 안에서 즉 지각. 감각. 사고. 행동을 통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무의식중에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입으로 말하는 이야기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생물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우리는 서로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리고 이야기의 화자로서 우리 모두는 각각 고유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필요하다면 되살려서라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 즉 지금까지의 이야기인 내면의 드라마를 재수집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 편의 이야기 즉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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