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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자생력을 깨워라
조엘 펄먼 지음, 이문영 옮김, 홍혜걸 감수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놓고 오랜기간 묵혀두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이 어째서 대체의학으로 취급되었는지 의아하다. 미국 대중들에게는 '미국인의 국민주치의'로, 의사들에게는 '의사들의 의사'로 칭송받는 저명한 의학박사이자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세계적인 영양학 권위자인데 말이다. 어째서 그가 말하는 의학이 의학으로 분류되지 않고 대체의학으로 분류되어 있는지 꼬집고 넘어가고 싶다.
대체의학이란 무엇인가? 그전에 먼저 정상의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동양의 의학과 서양의 의학은 다른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서로 너무 달라져서 같은 의학이라 보기 힘들정도가 되었다. 마치 진화론처럼 같은 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여 오랜시간 후에는 더이상 서로 같은 종이라 불리기 힘들듯이 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서양에서 의학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분이시다. 때문에 의대생들은 예과에서 본과로 넘어갈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란 것을 한다. 간호대생은 나이팅게일선서, 한의대생은 허준 선서라는 것을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공통조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서 동양의학적인 관점이 다분히 많이 보인다. 먼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했다. "너희가 먹는 것이 곧 너희 자신이다." 라고 했고,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라고도 했다. 동양의학 역시 '의식동원', '약식동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을 같은 것으로 본다. 그리고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을 네가지 체질로 분류했다.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차이점을 본 것이다. 역시 동양의학 또한 사람마다 각기 다른 체질을 타고 난다고 보았고, 우리나라의 이제마 선생은 독창적인 사상의학을 창시했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이후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양과 동양이 철학적으로 다르듯이 의학또한 똑같이 그만큼 다르다.
서양은 환원론적, 분석론적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봤고, 동양은 종합적, 유기체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봤다. 그러한 철학적 관점의 차이는 의학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서양은 끝없이 전체에서 부분으로 파고들어 갔다. 몸에서 장기로 조직으로 세포로 DNA로 탐구해나갔고, 동양은 본래의 유기체적 관점을 유지한체 인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만들어냈다. 인간을 음양표리한열허실 팔강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오장육부 장부론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기혈수의 순환론적 관점으로 보기도 하고, 사상체질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경락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분석적인 관점보다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인체를 재해석해왔다.
이러한 분석론적, 환원론적 의학이 현대의학 즉 정상의학이고, 그 외의 의학은 대체의학으로 분류한다. 명백한 현대과학적인 관점만을 의학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조엘 펄먼의 이 책은 분명 대체의학이 아닌 의학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대체의학이란 꼬리표는 어쩐지 주가 아닌 객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조엘 펄먼이 말하는 이 의학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학의 관점이며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이 책이 고마웠다.
동양의학에서 중시하는 것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다. 그리고 조엘 펄먼 또한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 즉 자생력에 주목한다. 자생력이란 외부의 병원체에 저항하는 면역력과 스스로 병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회복력을 합친 말이다. 즉, 저자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건강해지면 병도 안걸리고 병이 걸려도 빨리 낫는다!!!" 이다.
그의 주장은 그의 허황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 그가 연구하고 공부한 자료들로부터 나온다. 수많은 논문들과 자료를 바탕으로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한다. 그리고 잘못된 의학적 관행들을 바로 잡고자 노력한다. 그의 주장은 크게 2가지 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약을 멀리하고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라. 먼저 좋은 영양소란 채소, 야채, 과일, 견과류 등에 담긴 미소영양소를 뜻한다. 비타민, 피토케미컬 등등 채식을 통해서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해서 자생력을 길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관행적으로 잘못알고 불필요하게 섭취하는 약들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약은 꼭 필요할 때 먹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독감백신의 무용함에 대해 비판하고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항생제, 해열제, 기침약 등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이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바이러스에 걸렸는데 세균을 죽이는 약을 복용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물론 항생제를 복용하는 이유도 있고, 복용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그 혜택보다 피해가 더 크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싶다. 굉장히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거나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를 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 하다.
우리는 의료에서도 중요한 기본적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한의학에서도 '미병치병' 이라는 말이 있다. 병이 걸리기 전에 치료한다는 말이다. 병이 걸린 후보다 병이 걸리기 전에 먼저 몸을 돌보는 것이 훨씬 쉽고 좋다. 이 책을 읽고 병이 걸리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하자. 그리고 몸이 안좋으신 분들은 이 책을 포함한 이 저자의 책들을 보시고, 어떤 음식들이 영양소가 풍부한지 보시고 식단을 바꿔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그는 우리시대에 히포크라테스정신을 되살려주는 고마운 의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