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2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다른 종들에 비해서 특별한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요즘 생태주의나 동물권리, 동물해방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다.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인간의 지배적 위치와 거기에서 나오는 착취, 과연 거기에 정당성이 있을까?

 

 이 책은 생명진화의 기원부터 현대의 인간까지의 생식에 대해서 탐구한 책이다. EBS다큐프라임은 대체로 믿을만하다. 매우 좋은 책들도 있다. 이 책 역시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생물들의 성과 생식활동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생물들의 활동들을 보면서 그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구나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인간또한 진화적 존재이다. 진화의 사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생물과 친척인 것이다. 가까운 친척도 있고, 먼 친척도 있다. 우리의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로 끝없이 올라가다보면, 대략 5억년 가량 올라가다보면 우리의 할아버지는 물고기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무려 35억년 전의 우리의 조상은 박테리아였다. 생명의 기원은 박테리아, 즉 원핵생물부터 시작한다. 내친김에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46억년 전에 지구가 만들어졌고, 138억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 우주의 탄생이 있었다. 이런 천문학적인 시간에 익숙치 않으실 것이다. 우리는 고작 100년을 못 살고, 고작 5천년 정도의 역사밖에 모른다. 300만년전 우리의 선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4~5만년 전에 나타났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 시점에서 분류하는 것이다. 호모 하빌루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로 인류는 진화해나갔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어떻게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사피엔스를 나을 수 있는 거냐?" 그것은 이런 비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인과 청소년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18살? 19살? 20살? 그럼 적당히 19살로 합의를 보자. 어떤 사람이 1월 1일 00시에 태어났다고 해보자. 그럼 그 사람이 19살이 되는 1월 1일 00시가 되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짠하고 변신하는가? 18살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에는 청소년이었다가 1초 후에 짠하고 성인으로 변신하는가? 그럼 59분 59.9999999999999초에는 성인인가 청소년인가?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분류도 이렇다. 우리는 합의에 의해서 분류를 하는 것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부모는 호모 에렉투스였지만, 그 둘은 같은 종이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 그 둘의 차이가 점점 벌어져서 같은 종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화석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모 하빌루스로 분류할지 호모 에렉투스로 분류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1초 차이로 청소년과 성인을 분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간격이 더 커지면, 우리는 더이상 청소년이라 불리기 어색할 때가 된다. 그 때 우리는 성인이라고 불린다. 진화는 이렇게 연속석상에 놓고 봐야한다. 단절된 시각으로 보면 진화를 이해할 수 없다.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은 실험으로도 입증되었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단순한 아미노산, 단백질 구조물이 생명을 가지는 생물로 진화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과학의 비밀이며 자연의 신비이다. 어리석게도 생명의 탄생을 모른다고 해서 진화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명의 탄생은 진화론 빈틈일뿐이다. 생명의 탄생이후로 현재까지 진화론으로 매끄럽게 설명이 가능하다. 빅뱅의 원인을 모른다고 해서 물리학이나 천문학이론들이 부정되지 않듯이, 생명탄생의 원인을 '아직' 모른다고 해서 진화론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생명의 시작인 원핵생물부터 진핵생물을 거쳐 현재 인류에 이르기까지의 생식활동에 대해서 보여준다. 생식활동은 크게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으로 나뉜다. 무성생식은 성의 구분이 없이 단순한 자기복제를 말한다. 박테리아가 무성생식을 하며 가끔 식물이나 파충류들도 무성생식을 한다. 유성생식은 성의 구분이 있다. 암수가 자신의 DNA 반씩 내놓고 그것을 합쳐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성생식은 끝없는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유성생식은 자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의 진화는 혁신적인 발전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다채로운 진화의 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동식물들의 생식활동, 즉 짝짓기에 대해서 보여준다. 나는 동물들의 생식활동을 보면서 인간과의 유사성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들 세계에는 강간이나 동성애같은 것이 없는 줄 알았다. 종족살해나 영아살해 같은 것도 없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동물들 세계에서도 전쟁이 있고, 강간이 있다. 우리 인간과 다를바 없다. 동물과 인간을 나누는 기준으로 전쟁이나 성생활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진화적 관점에서 들여다 본 인간의 생식활동은 우리 인간도 동물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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