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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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 것은 대학교때 였다. 교실에서 뒷자석에 놓인 하루키책을 발견하고 동기에게 빌려서 읽었던 것 같다. 아마 수업시간에 읽었을 듯 한데, 그런데 원래 난 주위가 시끄러우면(교수님 죄송합니다) 책에 집중을 잘 못하는데, 이 책은 정말 책 속에 빨려들어가듯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하루키의 장편 소설이다. 하룻밤, 밤에서 다음날 아침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정말 흡입력있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정말 95%정도는 기억에서 잊혀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두남녀가 나오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실시간으로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것 정도였다. 아마 이정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억이란 것은 오래되면 응당 지하실 창고의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리니깐. 어떤 기억들은 그렇지 않지만.

 

 아무튼 처음 읽을 때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두번째 읽으니 처음에 읽었을 때 느끼거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좀 더 소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 만큼의 감동과 감흥은 없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먼가 모호하고 흐릿해서 말로는 표현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를 깊은 감동이 있었지만, 두번째 읽었을 때는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다가와서 그런지 그런 흐릿하고 어두운 감동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요즘 하루키의 장편소설들이나,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몇몇을 다시 읽고 있는데, 과연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이 내게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처음에 읽었던 감동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실망하게 되는 것처럼.

 

 최근에 본 보르헤스도 그렇고 새로운 책보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서가 혹은 애서가가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씨처럼 예전에 본 책을 다시 읽는 것보다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이 더 취향에 맞는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것은 분명 확실하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첫번째 읽었을 때의 감동이 퇴색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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