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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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특히나 그 글이 목적성을 띄거나 어떤 의무감에 쓰게 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처음으로 서평단에 당첨이 되었고, 책을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과 부담이 앞섰다. 1권 초반부는 재미있었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장대한 서사와 치밀한 묘사로 인해 오히려 지루했었다. 얼른 읽고 서평을 써야 된다는 생각때문에 급한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것이 감상을 저하시킨 원인이 된 것도 같다. 앞으로 느리게 읽고 음미하면서 즐겁게 책을 읽어야겠다. 지금껏 책에 몰입하지 않고 억지로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은 책들은 대부분 별로였던 것 같다. 재미가 없어서 책에 몰입하지 못한 것인지 책에 몰입하지 못해서 재미가 없었던 것인지 인과관계는 분명치 않지만 상관관계는 있어보인다.

 

 서두가 길었다.

 

 1권 초반부는 매력적인 두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웠고, 거장의 향기가 났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흥미가 떨어졌다. 1권을 급히 읽었지만, 2권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8월6일까지 서평을 써야된다는 생각에 2권을 짚어들게 됐다. 역시나 2권의 초반부는 약간 지루하고 이걸 계속 읽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책은 다시 재미있어지고, 감동의 깊이를 더해갔다. 묵직한 여운, 감동,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것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갔다. <노인과 바다>를 봤을 때 받았던 감동이 떠올랐다. 인간의 숭고한 가치, 존엄성을 책 한 권을 통해서 표현한다는 것. 대단한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값비싼 보석, '불꽃의 바다'. 정말 이 책을 함축하고 있는 거대한 메타포가 아닌가 싶다. 전쟁과 살육을 불러일으키는 보석, 그 보석에 눈먼 사람들. 하지만 그 보석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 보석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의 가치, 존엄성.

 

 이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과 프랑스이다. 독일에서 고아로 자라 영특함을 인정받아서 독일군의 기술병이 된 베르너, 그리고 그의 사랑스런 동생 유타. 프랑스에서 자라 장님이 된 소녀, 하지만 호기심과 선량함으로 무장한 단단하고 사랑스런 소녀 마리로르. 그리고 그의 작은 할아버지 에티엔과 아버지, 그리고 마네크 고모.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이렇게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깊은 인상을 남기기 쉽지 않다. 그리고 치밀하고 세밀한 묘사.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이 판권을 사서 영화화를 계획중이라고 하니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참혹한 전쟁과 그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르는 생. 전쟁과 일상을 버무려서 보여주는 현실감있는 묘사, 장대한 서사, 단 한 번의 만남.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소설을 쓸 수 있다니... 역설적으로 너무도 추악하고 불친절한 소설이다. 전쟁의 어둠과 그림자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쁜 포장은 없다. '데코'도 없다. 리얼한 현실을 창조하고 그 속에 생생함과 진실성을 부가한다.

 

 이 책은 어둠을 보여주지만 보고나면 빛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 인터파크 민음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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