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은 7점. 기대보다는 별로였다. 볼만은 하지만, 먼가 부족한 점들이 많았던 영화.

 

 난 영화나 소설을 볼 때 중요시 여기는 점은 바로 몰입도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관객과 독자를 빠르고 깊게 자신이 창조한 세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감독,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왠지 몰입이 초반부에 빨리 잘 되는 영화, 소설이 있고, 끝까지 몰입하지 못하고 작품 밖에서만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서성이게 하는 작품이 있다.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작품의 개연성과 핍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핍진성이란 용어는 소설가 김연수씨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에서 나온 용어인데, 내가 이해하기로는 얼마나 새로운 세상을 설득력있게 창조하였는가 이다. 개연성과 우연성이 적절히 조합되고, 과학법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유사한 세상, 또는 충분히 그럴 듯한 세상. 그게 핍진성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먼가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못했다. 초반부가 너무 길었다.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래도 영화 속으로 조금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문은 너무 부실했다.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를 포함합니다.)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단점들을 이야기해보겠다. 가장 큰 단점은 주인공인 김고은의 포스부족? 혹은 감독의 연출부족인 것 같다. 그리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주인공을 압도하는 김혜수의 연기와 포스. 그리고 다른 조연배우들이 주인공의 존재감을 지운다. 감독은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설명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고은이 남자배우에게 사랑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나는 그 과정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했다. 억지로 '그래, 그럴수도 있어. 김고은은 남자배우를 사랑하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납득시켜야 했다. 그리고 전혀 핍진성이 떨어지는 남자배우. 연기가 어색한 것인지 일부러 그런 캐릭터를 창조한 것인지. 절망적이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캐릭터까진 좋았는데,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캐릭터였다. 너무 과했다. 보면서 과연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리고 초반부에 김고은의 포스를 들어내기 위한 설정이었던 김고은이 떼먹은 돈 받아내는 장면에서, 남자에게 재떨이로 얼굴을 후려 맞는데... 광대부위에 살짝 기스난 정도. 광대를 맞았는데 입 안에서 피는 왜 뱉는지... 이것도 내 생각이지만... 그정도 타격이면 광대 뼈가 골절되거나 최소한 퉁퉁 붓고 피멍이 졌어야 되는데, 오라메디연고 살짝 바르면 될 정도로 너무 말끔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봤으니... 몰입이 안될 수 밖에... 나도 왠만하면 세세한 것은 그냥 눈 감고 보자고 생각을 하는 주의인데,,,

 

 나는 액션영화는 단순하고 주인공, 주연 배우들에게 몰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목표는 명확하고 행동의 동기 또한 분명해야 한다. <아저씨>와 <달콤한 인생>, <테이큰>은 그 훌륭한 예이다. <아저씨>의 원빈,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테이큰>의 리암니슨, 하지만 <차이나타운>의 김고은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물론 <차이나타운>을 이 세 영화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단 생각이 든다. 영화가 추구하는 바나 주제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은 어찌보면 김고은의 성장드라마이다. 사랑과 복수란 측면에서 동일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핀트가 조금 다르다. <차이나타운>은 김고은보다는 가족을 좀 더 강조했다. 복수보다는 좀 더 복수의 고뇌와 내적갈등에 치중했다. 복수의 칼날을 타인이 아닌 가족에게 돌려야 한다는 설정. 가족이지만, 가족아닌듯 가족같은 가족. 먼가 굉장히 어려운 설정이 되버렸고, 감독은 관객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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