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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평점 :
고미숙씨는 어디서인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한겨레 특강시리즈에서 만난 분이었다. 한 번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발견하고는 빌려 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한의학, 그 중에서도 동의보감을 통해서 본 몸과 세상에 관한 에세이이다.
아직 나도 음과 양, 오행에 대해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 음양오행이란 것 참 재미있다. 음양오행은 미신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관이다. 동양철학적 사고관이라서 서양철학, 자연과학만을 배운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미신처럼 느껴지기 쉽상이지만... 그냥 단순한 사고관을 가지고 미신이니 머니 하는 것은 음양오행에 대한 오해해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음양오행에 대한 오해를 조금 벗겨보자면, 일단 음양은 세계를 보는 이분법적 사고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는데 있지만, 어쨌든 세계는 음과 양으로 뭉뚱그려 인식할 수 있다. 남과 여, 해와 달, 불과 물,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 등등 옛 사람들은 세상을 아주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인식을 했던 것 같다. 이분법적 사고는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그리고 음과 양은 그 속에 또 다시 음과 양을 내포하고 있다. 남자는 남자인데 남성적인 남자와 여성적인 남자가 있다. 삶도 열렬히 타오르는 삶이 있고, 죽어가는 삶이 있을 것이고, 해도 정오 무렵 뜨겁게 타오르는 해가 있을 것이고 노을 뒤로 지고 있는 해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몸과 건강, 장부도 음양을 통해서 이해해 볼 수 있다. 한의학은 큰 이론은 실로 단순하다. '허즉보기모, 실즉사기자.' 허하면 보해주고, 실하면 사해준다. 그러니깐 부족하면 채워주고 넘치면 덜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음양의 이치이기도 하다. 뜨거우면 차갑게 식혀주고, 차가우면 열로 덥혀준다.
오행은 생성과 소멸에 관한 순환론적사고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자연을 관찰하다보니깐 끝없이 순환하더라 이것이다. 계절이 순환하고, 그 속에서 동, 식물들도 자연환경에 맞춰서 순환하더란 것이다. 봄에는 만물이 자생한다. 식물이 싹에서 깨어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으로 치면 아이들이다. 여름에는 만물이 활발히 성장한다. 아이들은 자라서 혈기왕성한 청년이 되고, 동식물이 쑥쑥 큰다. (중간의 장마철도 하나의 계절로 친다.) 가을은 만물이 수렴한다. 식물은 열매를 맺고, 동물들은 아기를 갖는다. 사람은 장년이 된다. 겨울은 만물이 소멸하는 시기이다. 식물은 잎을 떨구고 봄을 기다리고, 동물들을 겨울잠을 잔다. 사람은 노년이 된다. 하지만 겨울이 끝이 아니다. 언제나 다시 봄이 온다. 만물은 순환한다.
음양과 오행은 인식론이자 세계관, 사고관이다. 그리고 음양오행은 각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속성을 묶어서 분류해서 세상을 인식하고자 했던 옛 사람들의 사고관인 것이다. 예를들면, 木은 나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쑥쑥 뻗어나간다. 장부로 치면 肝이다. 계절로 치면 봄이다. 옛 사람들이 왜 간장을 목의 장부로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의 속성과 간의 속성은 참 유사하다. 목의 쑥쑥 뻣어나가는 성질때문에 간의 회복력이 빠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장은 火의 장부이다. 계절로 치면 여름이다. 옛 사람들은 심장이 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것은 따로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심장을 보고 水의 장부라고 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아무튼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들을 묶어서 인식을 했다. 물론 디테일에서는 오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대충 맞아떨어진다. 이 대충 맞아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예를들면 나무의 껍질은 딱딱한데 왜 간의 껍질은 안딱딱하냐고 디테일하게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나무는 나무고 간은 간이다. 완벽히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공통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음양오행학설이자 관이다.
사실 나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을 장황하게 늘어 놓아버렸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음양오행에 관한 생각이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고미숙씨도 이러한 관점으로 본 세상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너무 배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볼 때도 너무 비약이 심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