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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생生이란 놈은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한 놈이다. 빌어먹을 짓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기특한 짓도 한다. 그것은 나의 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이란 놈이 아마 다 그럴 것이다. 정말 제멋대로인 놈이다.
자기 앞의 생, 책을 읽다가 내 앞에 놓인 생을 한 번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이제 겨우 열네 살난 어린아이다. 하지만 아마도 나보다 어른일 것이다. 나보다 더 지독한 것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독한 것들을 경험할 때마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생은 내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이 내게 굉장히 우호적이며 나를 위해 정말 뭐든지 해주는 놈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미숙한 생각이었다.
너무나 좋은 소설이다. 내 인생의 몇 권안에 꼽힐 정도다. 소설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참 재미있다.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에밀 아자르는 로맹가리의 또 다른 필명이다. 로맹가리는 같은 작가에게 2번 주어지지 않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2번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게 된다. 로맹가리라는 이름으로 한 번 그리고 본인임을 감춘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한 번. 로맹가리는 유서를 통해서 에밀 아자르가 자신이었음을 밝힌다. 더 웃긴 이야기는 평론가들 중 아무도 에일 아자르가 로맹가리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 너무나 좋은 소설이기에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