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는 렌즈로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조망하는 책이다. 역시 놀라운 통찰이 돋보인다.




 인간 개개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도, 대규모 네트워크는 허구와 환상에 의존하여 사회 구성원들을 묶고 질서를 유지한다. -p10


 요즘 더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트럼프, 윤석열. 이들과 이들은 추종하는 이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정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재현이 아니라 연결이며, 따라서 정보란 서로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언가다. 정보가 꼭 어떤 것들에 대해 무언가를 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보는 서로 다른 것들을 묶고, 선전 방송은 유권자를 정치적으로 묶고, 군가는 병사들을 군사 대형으로 묶는다. -p50


 이과적 정보와 문과적 정보가 여기서 나누는 거 같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보란 무언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는 무언가를 연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 



 저울을 진실 쪽으로 기울이기 위해 따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보의 양과 속도가 증가할수록 비교적 드물고 값비싼 진실한 정보가 그보다 훨씬 흔하고 값싼 유형의 정보에 파묻힐 가능성이 높다. -p56  


 시민들의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고 있고 유튜브나 인플루언서들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늘어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 용어처럼. 앞으로 언론의 역할과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비견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다. 유발 하라리는 <라마야나>를 인류 최고의 예술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1485년, 도미니크수도회 수도사이자 종교재판관인 하인리히 크라머가 또 다른 알프스 지역인 오스트리아 트롤에서 마녀사냥 원정에 나섰다. 크라머는 세계적인 사탄 음모론의 광신도가 되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으로 보이고, 사탄의 마법을 비난하는 그의 말은 원색적인 여성 혐오와 이상한 성적 집착으로 얼룩져 있었다. 브릭센 주교가 이끄는 지역 교회 당국은 크라머의 주장을 믿지 않았으며 그의 활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크라머의 종교재판을 중단시키고 그가 체포한 용의자들을 풀어준 후 그를 지역에서 추방했다. -p158  

 

 처음에는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 하지만 크라머는 인쇄술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가 쓴 <마녀의 망치>는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되었다. 유럽은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싸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였다. 인쇄술의 등장은 순기능도 있었지만 이런 악기능도 있었다. 현재 인터넷, SNS도 마찬가지다. 기술은 항상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존재한다.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원자력도 AI도.
















 마녀사냥꾼들은 악마와 그 공범들을 찾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수색했다. 하지만 마녀사냥꾼들이 정말로 악마의 악행을 찾고 싶었다면 거울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됐을 것이다. -p162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이 고위 관리는 뷔르츠부르크에 벌어지고 있는 광란의 마녀사냥을 지켜보는 끔찍한 심정을 털어놓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을 숭배하는 마녀들의 음모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표명했다. 그는 마법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마녀에 대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유포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p166 


 1629년 8월, 독일 남부 도시인 뷔르츠부르크의 대주교를 보좌하는 한 고위 관리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이 도시에서 약 1만 1,500명의 인구 가운데 1,200명이 고문을 당하고 처형되었다. 10분의 1에 달하는 인구다. 고위 관리는 이 비극을 슬퍼하며 의구심을 갖는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사탄과, 마녀에 대한 음모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표명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쇄술과 마녀사냥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 시장의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사람들이 스스로의 오류를 찾아내 바로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자유로운 정보 시장에서는 진실보다는 분노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실이 승리하려면, 균형추를 '팩트' 쪽으로 기울일 수 있는 힘을 가진 큐레이션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p168


 과학혁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큐레이션 기관들은 대학 안팎의 학자들과 연구자들을 연결하여 유럽 전체, 결국에는 전 세계를 잇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p169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자정장치가 중요하다. 과학은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규모와 당시의 정보 기술을 고려하면 민주주의는 단순히 불가능했다. -p221


 하지만 현대 정보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어디서도 대규모 민주주의가 실행된 예가 없다. -p222 


 대규모 민주주의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현대 정보 기술이 필요했다.



 <넥서스>는 작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정리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책들은 훗날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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