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한' 인문 에세이다. 어렵지만 재밌게 읽었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p64


 거짓말쟁이는 진리를 인정하고 그에 반하여 말하는 사람이다. 최소한 진리를 인정은 한다. 자신이 진리를,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면 거짓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소리쟁이는 진리 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말의 진위 여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소리를 한다. 


 

 개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말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그렇다. -p66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가는 구절이었다. 가끔 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에 말해야 할 때 개소리를 한다. 모른다고 깨끗이 인정하기가 힘든 경우에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악명 높을 정도로 덜 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그리고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 -p69  


 유튜브 쇼츠에서 유시민씨의 발언이 기억난다. 상대측 패널이 진정성의 의심된다는 말을 했다. 유시민은 진정성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하지. 히틀러는 진정성이 없었나고 물었다. 그렇다. 진정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개소리다. 연쇄살인마는 진정성이 없을까?



 진정성: 진실하고 참된 성질. <네이버 국어사전>



 

 일단, 그의 "날리면" 주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아무도 그 말에 속지 않기 때문이고 누구를 속이려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속든 말든 관심이 없으며, 그저 우기려 하는 것에 가깝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지지자도 알고 반대자도 알며, 본인 스스로도 안다. 사실이 아님을 모두 안다는 사실까지 알면서 우기는 것이며, 자신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개소리인 환관 조고의 지록위마와 유사하다. -p77


 따라서 권력형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무시와 타자에 대한 멸시라는 이중적 악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개소리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해악이다. -p77

 

 옮긴이의 글이다. 지금 윤석열의 헌법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요원을 끌어내기 위해 요원을 투입했다느니, 황당한 개소리를 시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산업화된 개소리다. -p79 


 개소리가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 개소리는 돈이 되고 투표에서는 표가 된다. 언론, 유튜버들은 개소리를 실어나르고 또는 생산하면서 수익을 얻는다. 가짜 뉴스가 생산, 확대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바보들이 많아지는 거 같다. 이제 자신의 머리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거 같다. 아니 어쩌면 과거와 지금의 바보의 비율은 비슷할지 모른다. 기술의 발전으로 바보들의 말이 훨씬 쉽게 생산, 확대되고 있다. 



 















 철학자 데이비드 찰머스가 쓴 <리얼리티+>도 읽어보고 싶다. 아, 744페이지다.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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