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의 기다림.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안나 카레니나>를 만났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p13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이다. 행복이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레빈의 이러한 감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레빈의 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아가씨가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부류는 그녀를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아가씨로서, 그녀들은 온갖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이다. 또 한 부류에는 오직 그녀만이 존재한다. 그녀는 어떠한 약점도 없고 모든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여자이다. -p90 


 소설에 좋은 문장이 많았다. 톨스토이는 묘사, 비유를 잘한다. 즐겁게 문장을 읽었다.



 "자네는 매우 순수한 사람이야. 그건 자네의 미덕이자 결점이기도 하지. 자네는 순수한 성격이라 인생 전체가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자네는 공무 활동을 경멸해. 자네는 행위와 목적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또 자네는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갖기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일치하기를 바라지.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 인생의 변화, 인생의 매력, 인생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p99  


 저자의 목소리일까? 잘 모르겠다. 책을 끝까지 봐야 판단할 수 있겠다. 이상과 현실은 부딪친다. 저 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키티는 화장, 머리 모양, 그 밖의 무도회를 위한 온갖 준비에 많은 노력과 고민을 기울였다. 그러나 장밋빛 페티코트 위에 섬세한 실크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 모든 장비꽃 장식과 레이스와 섬세한 옷차림이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에게는 한순간도 눈여겨볼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듯, 자기는 날 때부터 이 실크 드레스를 입고 이 높다란 머리 모양에 두 장의 잎이 달린 장미꽃 한 송이를 꽂은 채 태어났다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태도로 무도회장에 들어왔다. -p171  


 톨스토이 최고다. 멋진 문장이다.



 안나 아르카지예브나는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했지만, 책을 읽는 행위,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반영을 좇는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소설의 여주인공이 환자를 간호하는 장면을 읽으면, 그녀도 발소리를 죽이며 병실을 돌아다니고 싶었다. 또 의원이 연설을 하는 장면을 읽으면, 그녀도 그 연설을 하고 싶었다. 레이디 메리가 말을 타고 사냥감을 쫓거나 새언니를 골리거나 대담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에서는, 그녀도 직접 그것을 똑같이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그마한 손으로 매끄러운 페이퍼 나이프를 만지작거리며 책을 읽으며 애썼다. -p222 


 안나라는 인물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다니. 감탄 밖에 안나온다. 



 문장이 좋다. 너무 좋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든다. 2,3권도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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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3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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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3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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