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은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다. 작가의 삶과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누마다는 루오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의 판화에 그려진 몇몇 피에로의 얼굴 가운데 코뿔소 새와 닮은 것이 있었다. 루오에게 광대는 예수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p115
나도 루오의 그림 <상처입은 어릿광대>를 좋아한다. 광대가 예수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이 글을 보니 이해가 된다.
"그리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성모 마리아처럼 청순하지도 우아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의상도 걸치고 있지 않습니다. 거꾸로 추하고 늙었고, 괴로움에 헐떡이며 그걸 견디고 있습니다. 이 치켜올려진, 고통으로 가득 찬 눈을 한번 보세요. 그녀는 인도인과 함께 괴로워합니다. 조각상이 만들어진 건 12세기인데, 그 괴로움은 현재에도 그대로입니다. 유럽의 성모 마리아와 다른, 인도의 어머니 차문다입니다." -p211
인도의 차문다 상이 인상 깊었다. 유럽의 성모 마리아와 대비되는 어머니 상이다. 차문다상의 젖가슴은 노파처럼 쭈글쭈글하다. 그녀의 오른발은 문둥병으로 짓물러 있다. 배도 움푹 꺼져있다, 전갈이 물어뜯고 있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아이에게 젖을 주고 있다. 고통, 늙음, 추함, 더러움, 배고픔을 간직하지만 그 와중에 헌신과 희생하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고 숭고하다.
삶과 죽음이 이 강에서는 등을 맞대고 공존하고 있다. -p316
그렇다. 나도 인도 바라나시에서 느꼈던 감정이다. 생각보다 감정에 가까웠다.
<깊은 강>은 기대가 컸지만 재밌게 읽지 못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