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읽고 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일상의 다양한 풍경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아래 글을 읽어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기묘한 버릇이 있었다. 길 위에 굴러다니는 무수한 돌멩이 가운데 아무것이나 적당히 주워 몇 십 분 동안 지그시 바라보는 버릇이었다. 이 드넓은 지구에서 '이' 순간에 '이' 장소에서 '이' 나에게 주워 올려진 '이' 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과 무의미함에 난 전율할 만큼 한없이 감동했다. -p12
그렇지만 이 세계 도처에 굴러다니는 무의미한 단편에 대해, 또는 그러한 단편이 모여 이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나아가 그러한 세계에서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고자 한다. -p13
유치원 때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니 놀랍다.
그가 쓴 <거리의 인생>이란 책은 노숙자, 섭식 장애자, 마사지 걸, 외국인 게이, '뉴 하프' 등 다섯 사람의 구술을 모은 책이라 한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이 세계에는 필시 무수한 헨리 다거가 있다. 그리고 헨리 다거와는 달리 발견되지 못하고 잃어버린, 헨리 다거 못지않게 감정을 뒤흔드는 작품이 무수하게 있을 것이다. 또 한 사람의 헨리 다거가 지금 내가 사는 이 동네에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헨리 다거의 존재를 둘러싸고 가장 가슴이 울컥했던 점은 헨리 다거라는 사람 자체라기보다는, 또 다른 헨리 다거가 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역시 여기에서도 가장 가슴이 울컥한 일은 헨리 다거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p37
화가 헨디 다거의 작품은 그가 죽기 직전에야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많은 남성에게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일이 아니면 타인과 이어지는 일이 없다. 일과 관계가 없으면 대화를 나눌 수 없다. -p50
여성들은 처음 본 사람과도 금세 친해지는 거 같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재밌게 읽고 있다. 내일까지 남은 반을 읽어야 한다. 금요일 독서모임에서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