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다시 읽고 싶은 책 중 하나다.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책이다.
드미트리 베랴예프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길들여진 유인원이다. 가장 친화적이고 성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식을 갖는 현상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종의 진화는 '가장 우호적인 자의 생존'에 근거를 두고 있다. -p108
자기가축화, 유형진화를 말한다. 쉬운 말로 인간의 얼굴과 몸이 어린아이 같아졌다는 말이다. 늑대와 개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된다. 얼굴도, 성격도 순해졌다. 확실히 순해지긴했지만 여전히 어두운 면은 간직하고 있는 거 같다.
비뚤어진 생각과 환상으로 가득 찬 1,300쪽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아이히만은 생각 없는 관료가 아니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밀그림의 실험 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스스로 선을 행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악행을 저질렀다. -p245
아렌트는 밀그램이 "유혹과 강압이 실제로 똑같다는 순진한 믿음"을 가졌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밀그램과 달리 그녀는 나치가 우리 각자의 내부에 숨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47p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기 전에는 이 책에 쓰여진 한나 아렌트에 대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오해한다. 아이히만의 평범하지도 복종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광신도에 가까웠다.
1959년 영국 BBC는 러셀에게 미래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어떤 철학을 고찰할 때는 오로지 사실이 무엇인지, 그 사실이 뒷받침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믿고 싶은 것 또는 만일 그것을 믿는다면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라. 오직 사실이 무언인지 그것만 바라보라. -p349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게 아닌 사실을 믿어야 한다.
'만델라식 방법' 이 순진하다고 믿는 데서 시작한 미국인 에리카 제노웨스의 최근 연구를 살펴보자.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 힘은 총구를 통해 발휘된다는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1900년가지 거슬러 올라가 저항 운동에 관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2014년 체노웨스는 "그 뒤에 나는 계산을 해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비폭력 운동의 성공률은 50퍼센트가 넘었지만 폭력적 운동에서는 겨우 26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체노웨스는 비폭력 운동의 성공률이 높은 주된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무려 평균 11배 이상 참여했던 것이다. -p481
우리나라의 촛불혁명이 생각난다.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것, 평화와 용서를 믿는 것은 감상적이고 순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용감하고 현실적이다. -p488
실제로 인간의 대부분이 선하지만 우리는 먼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인간을 악하다고 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 아닐까. 그렇지 때문에 우리는 사실보다는 우리의 느낌에 따라 인간은 악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재밌게 읽은 책이다.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