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던 피터슨의 책이 읽고 싶기도 하고 평소 관심이 많던 주제라 읽었다. 만족스럽다. 토론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에릭 다이슨이 심히 거슬렸지만. 어쩔 수 없지. PC를 토론하는 장이니. 


 일단 PC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PC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서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 혹은 그에 기반한 사회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스티븐 프라이


 "제가 궁극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 이유는 제가 일생 동안 혐오하고 반대해왔던 것들이 PC에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이 계시니 죄송합니다만, 설교 조의 개입, 경건한 체하는 태도, 독선, 이단 사냥, 비난, 수치심 주기, 증거 없이 하는 확언, 공격, 마녀사냥식 심문, 검열 등이 PC에 결합되어 있어요. (중략) 제가 PC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95


 저의 지적 영웅인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확신하는 자는 어리석고, 상상하고 이해하는 자는 의심과 우유부단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우리 시대 가장 뼈아픈 부분 중 하나다." 의심이 만연하도록 둬봅시다. -p96


 정말 100% 공감가는 말이다. 스티븐 프라이는 온건한 진보주의자다. 하지만 PC라면 치를 떤다. 나도 마찬가지다. 진보를 지향하지만 PC라면 치가 떨린다. 거부반응부터 든다. PC주의는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


 

 스티븐 프라이


 하지만 만년에 저와 친구가 되었고, 미국 인디언 운동을 설립한 배우 러셀 민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나를 인디언이라고 불러. 아니면 라코타 수족, 또는 러셀이라고 부르든가. 자네가 나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접받는지가 중요한 거니까." 저는 좀더 대중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짚고 있는 겁니다. 알래스카의 최북단 도시인 배로에 사는 한 이누피아크는 이렇게 말했지요. "나를 에스키모라고 불러요. 당신은 이누피아크라는 명칭을 계속해서 잘못 발음하니까요. 에스키모라고 부르는 것이 당신에겐 더 쉬울 겁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스스로를 '인간'을 뜻하는 어간에서 나온 이누피아크로 부른다. 에스키모라는 말은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 이라는 뜻에서 나왔다-옮김이) -p107 

 

 PC주의자들은 언어 사용을 교정하려 한다. 좋다. 하지만 가끔 도를 지나친다는 생각이 든다. '여남'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걸 보면 혐오감이 먼저 든다. 앞으로 'Ladies and Gentleman' 이라고 쓰지 말고 'Gentleman and Ladies' 라고 써야할까? 제발, 적당한 선에서 멈추자. 


 

 조던 피터슨


 그래서, 음, 좋아요. 집단이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집단의 책임은 어떻게 할 거죠? 집단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겁니까? -p114


 조던 피터슨은 정체성 정치를 부정하고 위험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개인은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집단은? 집단은 권리를 주장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서구가 구축한 사법 체계는 본질적으로 집단이 아닌 개인을 전제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개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집단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20세기 집단에 죄를 물었을 때 우린 재양을 목격했다. 그 예들 중 하나는 홀로코스터다.



 미셸 골드버그


 저는 우리가 반드시 개인에게서 책임과 권리 등의 개념을 유추해내야 하는 건지 확신을 못 하겠어요. '개인의 권리'의 반대말은 '개인의 책임' 이지만, 그 비유를 반드시 집단에도 적용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략)

 미국의 정치는 개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집단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는 투쟁의 장이었습니다.  -115


 반대측 토론자인 미셸 골드버그의 답변도 일리가 있다. 나도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반드시 집단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신하진 못하겠다. 조던 피터슨은 정체성 정치를 비난하지만 역사를 보면 개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집단이 뭉쳐서 투쟁하고 성취한 사례들도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조던 피터슨의 답변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조던 피터슨


 저는 진보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회의 평등이 틀렸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중략) 또 능력과 상관없이 자의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행위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건 지금 우리가 다루는 현안과 전현 상관이 없어요. 과거에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요. 그건 핵심이 아니에요. 핵심은 여기 저와 함께한 프라이 씨가 지적한 대로입니다. 우리는 재앙에 대해, 역사적 불평등에 대해 동의할 수 있지만, 정치적 올바름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 경우에 대한 증거가 풍부하지요. 그중 몇 가지가 오늘밤 확실하게 드러났고요. -p168 


 역시 100% 동의하는 글이다. 반대측 논객인 마이클 에릭 다이슨은 정말 최악이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조던 피터슨에게 인신공격을 하고, 문제의 핵심에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과 논리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정말 PC한 모습을 완벽하게 그대로 보여줬다.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읽었다. 마지막 논평도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