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다 보면 웃긴 장면들도 많다.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는 군사들을 이끌고 후퇴한다. 후퇴하면서 조조는 숲이나 골짜기 산길로 이동한다. 지형을 보면서 조조는 주유와 제갈량을 비웃는다. 자신이 군사를 부렸다면 이곳에 군사들을 숨겨놓았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런 말을 할 때 마다 군사들이 튀어나온다. 제갈량이 미리 숨겨둔 군사들이었다. 이게 몇 번이 반복되니 조조가 주유와 제갈량을 비웃을 때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이 재밌다.
조조도 말에서 내려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다시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문득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얼마 전 승상께서 주유와 제갈량을 비웃다가 난데없이 조자룡이 뛰어나와 많은 우리 편 인마가 꺾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무슨 까닭으로 웃으십니까?" -p153
삼국지연의에서 노숙은 오와 촉을 오가는 사자 역할을 한다. 공명에게 속아 넘어가기 일쑤다. 실제 정사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예에도 능했으며 주유가 자신의 뒤를 이을 사람으로 천거해서 대도독의 자리에 올랐다. 삼국지연의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감로사 앞에서 말을 내린 유비는 먼저 손권부터 만나보았다. 손권은 말로만 듣던 유비를 직접 보게 되자 그 생김과 거동이 범상치 않음에 마음속으로 은근한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손권과 유비는 예를 마친 뒤 방장으로 들어가 국태부인 앞으로 갔다. -p274
소설 속에서는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온다. 실제 유비의 모습이 어땠을지 참 궁금하다.
조조가 동작대에서 무장들의 활 솜씨를 구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과녁에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는데 모두 백발백중이다. 여포가 방천화극에 활을 쏜 게 백 걸음 아니었나?
그리고 한편에다 과녁을 마련케 하고 거기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 금을 그은 뒤 무관들을 두 패로 나누었는데 (중략)
-p311
아래는 유비가 형주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가 놀라는 장면이다. 들고 있던 붓을 땅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정욱이 왜 이렇게 놀래냐고 묻자 조조가 답한다.
유비는 사람 가운데 끼여든 용 같은 인물로 아직껏 그 놀 물을 얻지 못했을 뿐이오. 그런데 이제 형주를 얻었다 하니 이는 고단한 용이 큰 바다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소이다. 내가 어찌 놀라지 않겠소! -p318
내 생각에 조조가 유일하게 자신과 대등하다 인정한 영웅은 유비였다. (손권도 높게 치긴 했다.) 정사에서도 유비가 조조에게 의탁했을 때 예주목인가?로 삼고 항상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수레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자신과 대등한 친구를 만난 조조가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된다.
이문열삼국지를 7권까지 읽었다. 얼른 10권 까지 다 읽어야겠다. 그래야 정사 삼국지를 스포없이 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