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은 유시민씨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추천 받고 구입해 본 책 같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과학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듬뿍 담긴 책이다. 나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써 동감하며 읽었다. 내게는 조금 평이한 책이었다. 일반인들에게 과학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기초교양과학책이다. 번역에 불만은 없었다. 술술 잘 읽혔다. 



 매력적인 대조 실험은 보통 대조군을 숨긴 채로 진행된다. 이런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집단이 대조군이고 어떤 집단이 진짜 실험 대상이 된 실험군인지 알지 못해야 하며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비밀이 밝혀진다. 제대로 된 대조군을 계획하는 일이 실험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경우도 많다. 침술이 당뇨, 우울증, 요통 같은 만성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려 했을 때 과학자들은 심각한 문제에 부딪쳤다. 실험을 계획한 과학자들은 대체 의료라면 무조건 진저리를 내며 반감을 표시하는 동료들에게 지치고, '엉터리 침술 치료'에 대한 악의적인 학술 자료들에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그들은 순도 100퍼센트의 맹검 실험, 다시 말해 한 환자 집단은 침술 요법을 받고 또 다른 환자 집단은 침술 요법을 받지 않지만, 누가 진짜 치료를 받고 누가 가짜 치료를 받는지 모르는 그런 실험을 필요로 했다. 그렇지만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명백한 행위를 가지고 사람들을 한순간이라도 속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산뜻하고도 멋진 해결책을 찾아냈다. 환자들 반은 정확한 침 자리에 바늘을 꽂았고 나머지 반은 바늘을 꽂았을 때 아무런 해도 득도 없다고 알려진 자리에 바늘을 꽂았다. 정확한 침 자리에 바늘을 꽂은 요통 환자들은 증상이 완화됐지만 가짜 침 자리에 바늘을 꽂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침내 침술에 아주 회의적인 서구 의사들도 5천 년 된 침술 요법이 완전히 쓸모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p62


 한의사로써 굉장히 반가운 이야기였다. 그동안 이런 실험이 행해졌었는지 몰랐었다. 내가 만약 할 수만 있단 저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우연히 책을 읽던 중 이 실험을 알게 되서 기뻤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침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지만 그것이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위와 같은 맹검 실험을 통해 침이 플라시보 효과 만이 아니란 것이 증명되었다. 



 제약회사들은 그저 여성들을 허약하게 만들 뿐인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으라며 수많은 돈을 광고에 쏟아 부었다. 그 때문에 1990년대 몇 년간 엄청난 수의 여성들이 프레마린 같은 여성 호르몬제를 먹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조금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심장이 튼튼해지고 등이 꼿꼿하게 펴지며 탄력 있는 콜라겐을 갖게 된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관인 여성건강기초연구소에서 전 국민적으로 호르몬 요법을 받는 현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왔을 때 호르몬 대체 요법은 이득보다 위험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실제로 호르몬 요법의 이득은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p124 


 예나 지금이나 약을 파는 사람들의 말은 의심해 봐야 한다.



 태초에 우주는 그보다 작을 수도 없을 만큼 아주 작았다. 우주의 모든 것이 원자핵의 10의 21승분의 1에 불과한 작은 공간 안에 들어 있었다. -p408 

  

 맙소사. 태초에 우주가 작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 정도로 작은 줄은 몰랐다. 정말 저게 맞는 걸까? 과학이 뭔가를 착각한 건 아닐까? 아무튼 현재 알려진 사실을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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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3-01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 님이 한의사이십니까? 멋지군요.^^

고양이라디오 2024-03-04 15: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ㅎ 그냥 책보고 글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ㅎ

얄라알라 2024-03-0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째 책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2010년 책...와 오래된 책이네요^^ 짧고 명확한 문장, 두괄식을 좋아하시는 고양이라디오님과 과학분야 책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DUne 좋은 자리가 안 나서 저 여태 예매 못하고 잇어요^^;;;;; 몇 년을 이 영화만 기다렸는데

고양이라디오 2024-03-04 10:58   좋아요 1 | URL
제 생각보다 오래 된 책이네요. 이젠 2010년이 오래된 책이 됐네요ㅠㅋ

네, 과학분야의 글들이 제가 좋아하는 문체인 거 같아요.

듄, 좋은 자리면 용아맥 노리시나요ㅎ? 전 용아맥은 포기하고 시간 날 때 집근처에서 봐야겠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