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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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모임 선정도서였는데 시간이 안되서인지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모임을 못 나갔다. 뒤늦게 책을 읽었는데 책이 좋았다.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중국 소설인지 알았다. 양귀자라는 이름이 중국 이름처럼, <모순>이란 제목이 중국 소설처럼 느껴졌다. 책을 펼친 후에야 한국 소설인 걸 알았다. 1998년 1판 발행, 2013년 2판 발행, 2022년 2판 46쇄. 엄청난 베스트셀러다. 최근 교보문고에 갔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문학부문 2위였다. 1월에 누나 생일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선물해줬다. 25년이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다. 1판 발행 당시도 베스트셀러로 상당히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문화사대주의가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도스토옙스키, 셰익스피어는 한 번 쯤 들어봤어도 양귀자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 거 아닌가. 우리가 낯선 곳에 가면 익숙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를 찾듯이 소설도 잘 모를 때는 유명한 사람들 책을 찾아 읽지 않겠는가. 그래서 한국 소설은 내게 불모지였다. 이제서야 조금씩 변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막상 이렇게 책을 읽으면 한국 소설도 한국 작가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소설도 그랬다. 문장도 좋고, 대화도 좋았다. 300p를 술술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지막 작가 노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빨리 읽은 거 같아서 조금 뜨끔했다. 재밌는 걸 어쩌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스포일러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25세 여성 안진진이다. 상당히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그녀는 굳세다. 술꾼, 건달, 가정폭력까지하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술 마셨을 때만 망나니고 평상시에는 180도 다른 좋은 아버지였으면 그런 감정이 가능할까? 양가감정, 모순된 감정이 가능할까? 가능할 거 같다. 삶이란 인생이란 모순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이 책은 계속 말하고 있지 않은가.


 소설 속 가장 납득이 안되고 모순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모의 자살이었다. 삶이 너무 지루해서, 지리멸렬해서, 너무 평탄해서 자살을 한다니.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저런 자살도 가능한 것일까? 저렇게 밝고 삶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다니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행복하고 평탄한 삶이라도 그 속에 나름 불행과 우여곡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게 없는 삶이 있을까? 어쩌면 아주 드물지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모순되게도 그런 삶은 우리의 생명력을 앗아가리라. 밟힐 수록 강해지는 잡초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여리고 약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소설이었다. 먼 훗날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까? 양귀자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좋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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