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역사, 사회과학 책이다.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맞이하고 극복하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진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적 사례 속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많다. 


 역사는 역시 재밌다. 몰랐던 내용들도 재밌었고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도 해소되어서 좋았다. 




 따라서 일본이 무모하게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1930년대의 젊은 군사 지도자들에게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신중한 자기평가에 필요한 역사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였다. 그 결과는 일본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p166


 나는 일본이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전개했는지가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해소됐다. 히틀러도 그렇고 현실인식이 잘 안되고 전쟁광이면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거 같다.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들은 피노체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 CIA도 다를 바 없었다. CIA의 평가에 따르면 피노체트는 조용하고 온화하며 정직하고 악의가 없으며 상냥하고 근면하며 성실하고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또 검소하게 생활하며 헌신적인 남편이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군대와 가톨릭교회와 가족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쿠데타를 지휘할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군사정부는 평등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최고 지도자는 교대로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피노체트를 첫 지도자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최연장자였고 육군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부대를 지휘하기도 했지만, 그가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CIA의 평가를 다른 위원들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군사정부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피노체트 자신도 최고 지도자는 군사 위원들이 교대로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p192~193  


 (중략) 동료 군사 위원들과 CIA 등 누구도 피노체트의 무자비함과 강력한 리더십을 예측하지 못했다. -p193


 그러나 2002년 피노체트는 치매로 재판을 받기에 부적합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06년 9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p211


 칠레의 군부 쿠테타로 피노체트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CIA와 칠레의 육군 장군들과 군사령관 모두 피노체트를 잘못 봤다. 권력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는 원래 괴물이었을까?


 피노체트는 거의 17년의 지배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반대파인 좌익의 씨를 말리려 했다. 피노체트 정부는 13만 명, 칠레 국민의 1%를 체포했다.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 되었다. 약 10만 명이 해외로 망명해 달아났고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3000만 달러를 은닉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천수를 누리다 2006년에 사망했다. 전두환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보였다.


 나는 방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런거지.



 브란트는 1970년 12월7일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비록 실패했지만 1943년 4월과 5월 나치의 점령에 항의한 유대인 폭동이 일어난 바르샤바 게토를 일부러 찾아갔다. 그러고는 폴란드 군중 앞에 자진해서 무릎을 꿇었고, 나치에게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을 인정하며 히틀러 독재와 제2차 세계대전의 용서를 구했다. 독일인을 끝없이 불신하던 폴란드인조차 브란트의 행동을 계획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으로 인정했다. -p293   


 브란트는 독일의 총리이다. 그는 나치 독일의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독일은 자국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가르치는 나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독일처럼 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도 일본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역사를 자국민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은 지금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 



 아래는 미국의 사회 문제에 관한 글들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핀란드의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교사의 거의 절반은 하위 3등 출신이다. -p463 


 미국은 교사가 보수다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 미국은 OECD 국가 중 불평등지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이런 교육의 불평등도 사회적 불평등의 큰 원인일 것이다. 



 이 모든 사실에서 역설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데, 미국 정부가 국민의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는 미국은 세금 부담이 낮다. 대부분의 돈은 납세자의 주머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둘째로 많은 세금이 교도소, 군사비, 보건에 지출되고 있다. 



 근본 문제가 양극화, 투표율과 까다로운 유권자 등록, 불평등과 쇠퇴하는 사회경제적 신분 이동, 교육과 공공의 목적에 대한 정부 투자의 감소라는 폭넓은 합의도 없다. -p468 


 트럼프를 비롯한 정치인은 문제를 외부로 돌린다. 불법 이민자, 중국 등으로 돌린다. 



 책이 재밌어서 몇 일 사이에 거의 다 읽었다. 오늘 남은 부분을 다 읽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