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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기후 문제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기후 문제를 주로 다루진 않고 멸종을 다룬 책이다. 사실 기후 문제에 관한 책은 여러 권 봐서 멸종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웠다.
기후 문제는 멸종의 중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멸종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멸종도 있고, 무차별적인 남획도 있다. 수많은 종의 이동으로 인한 멸종도 있다. 멸종의 모든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지구 생물의 역사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다. 오싹하다. 실제로 대형 육상동물을 비롯해 수많은 종이 멸종했고, 현재 멸종하고 있고, 앞으로 더 큰 멸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천재지변급의 급격한 생태계 변화를 바로 우리 인류가 저지르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201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멸종에 관해 발로 뛰며 취재하고 글을 쓴다.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멸종의 현장을 방문할 수 있고 멸종의 원인과 그 전개를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더 생생하고 놀랍다. 저자의 글솜씨가 좋고 내용도 재밌어서 초반부부터 재밌게 읽었다. 중반부가 살짝 지루하긴 했지만 끝까지 재밌게 읽었다.
특히 대형 육상동물들의 멸종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어떻게 나약한 인간이 대형 육상동물들을 멸종시켰을까? 일단 전제 자체가 틀렸다. 인간은 나약하지 않다. 한 명의 인간은 나약할지 모르지만 10명, 100명이 모이면 그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육상 동물은 없다. 창과 활. 이 무기는 인간을 그 어떤 동물보다 강하게 만들어준다. 원거리 다굴 앞에 장사없다.
다윗과 골리앗이 생각난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을 비교하면 체구가 큰 골리앗이 싸움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나... 역시 전제가 틀렸다. 다윗이 골리앗 보다 강하다. 돌팔매질 앞에 장사 없다. 공룡이 인간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왠만한 공룡은 인간의 먹잇감이 됐을 것이다.
최근에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원주민 남성 셋이 당당하게 걸어가 사자의 사냥감을 뺏는 영상이었다. 그냥 셋이 사자를 향해 뚜벅뚜벅 계속 걸어간다. 숫사자는 그들을 보고 겁을 먹고 가까이 오자 사냥감을 두고 도망간다. 어떤 위협이나 제스쳐도 없다. 무기를 든 원주민 남성 셋은 숫사자 한 마리보다 월등한 우위에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은 성인식 때 단체로 사자 사냥을 한다고 한다. 지금은 사자 보호를 위해 사자 사냥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야기가 좀 샜는데, 인간은 대형 육상동물을 사냥했고 대형 육상동물들은 번식률이 낮아서 천천히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
수많은 종들의 멸종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웠고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력감이 들었다. 지금 추세로 가면 2050년이면 생물 종의 1/3에서 1/4이 멸종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도 멸종을 피해갈 순 없다. 과연 인간이 사라진 후에는 어떤 지적 생명체가 등장해서 인간과 같은 문명을 이룩할지 궁금하긴 하다만 그런 일이 없었으면 더 좋겠다. 멸종된 종의 유전자를 냉동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더 큰 냉동고가 필요할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도 보관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