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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5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장르 멜로/로맨스
빅재미는 없었지만 소소하게 볼만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과거가 실감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좋았다. 이드리스 엘바의 키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189cm로 틸다 스윈튼보다 10cm크다. 영화에서는 30cm이상 차이나는 거인으로 나오는데 CG인가 신기하다. 영화를 보면서 틸다 스윈튼도 키가 큰 걸로 알고 있어서 이드리스 엘바는 2m가 훨씬 넘는 거인인가 했다. 감독은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이다.
세계의 신화나 전설 등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틸다 스윈튼이 우연히 호리병의 정령 '지니'를 소환한다. 지니는 그녀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둘의 대화가 사실감있어서 좋았다. 지니의 과거 이야기들이 재밌고 흥미로워서 좋았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지니의 과거 이야기에 빠져 중후반까지 재밌게 보다가 틸다 스윈튼과 이드리스 엘바의 로맨스가 시작되면서 왠지 김이 새면서 흥미가 떨어졌다. 둘의 연애는 영화의 주제라던가 결말 등 영화에 필요한 부분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왠지 김이 샜다. 뒷이야기가 예측이 안되던 흥미롭던 이야기가 갑자기 뻔하게 흘러가는 느낌? 이게 다 하루키씨 때문이다!?
김이 샌 게 왜 하루키씨 때문이냐고? 하루키씨의 에세이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작가가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면 독자들이 눈치를 채고 그러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고 김이 새버린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소설 작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의 결말과 교훈, 주제까지 이야기를 정해놓고 소설을 쓰는 방식과 그런 거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소설을 쓰는 방식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끝이 어떻게 끝날지 소설가가 알고 쓰는 경우와 모르고 쓰는 경우이다. 전자의 방식은 단편이나 추리 소설 등에 많이 쓰일 것이고 후자는 장편 소설에 많이 쓰일 것이다.
소설의 결말을 모르는 데 소설을 어떻게 쓸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스티븐 킹과 하루키는 명백히 후자의 방식으로 소설을 쓴다. 이 둘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끝을 알고 있으면 소설가가 소설을 도대체 왜 쓰겠냐고 무슨 재미로 쓰냐고 말한다. 단편 소설은 시작과 결말을 정해놓고 쓸 수 있다. 장편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 지 하루키나 스티븐 킹 같은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기 전까지 모른다.
어쨌든 하루키의 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부터는 에전보다 더 이런 부분에서 예리해지고 엄격해진 거 같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이렇게 김이 새버린다. 그리고 왜 김이 샜지 하고 생각하면 혹은 김이 샘과 동시에 '아 이 부분은 소설가가 미리 정해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000년의 기다림>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느꼈다. 틸다 스윈튼이 램프의 정령 '지니' 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순간 왠지 김이 샜다. 뒷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뒷 이야기는 뻔한 수순으로 흘러갔다. 심지어 대사들도 뻔한 대사들이 많았다. 사실 영화는 소설로 치면 단편이나 중편 소설 정도의 분량이다. 끝을 정해놓고 썼다고 해서 머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각본가가 끝을 정해놓고 썼는지 아니면 내가 그냥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90% 정도의 확신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지니'의 과거의 이야기들은 실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며 틸다 스윈튼이 이드리스 엘바에게 사랑에 빠져야 이야기는 완성된다. 이는 이 영화 속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틸다 스윈튼이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이 영화가 성립하지 않을 정도다. 아무튼 영화의 서사 구조에 틸다의 사랑은 아주 중요했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게 그려지진 않아서 아쉽다.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약간 뜬금없이 느껴지고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아무튼 용두사미로 끝난 거 같아 아쉽다. 전반적으로 볼만해고 재밌었다. 흥행에는 참패하고 관객들의 평점도 그리 좋진 않다. 조금 안타깝다. 그런데 나는 무슨 소원을 빌까?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 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