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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예전부터 궁금했다. 왜 인간은 살인을 하는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책을 읽어오면서 어느 정도 그 의문이 풀렸다. 이 책을 읽고 의문이 더 확실히 풀렸다. 이제는 왜 인간이 살인을 하는지 답할 수 있다. 내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가 됐다.
동족살해은 인간 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해와 폭력은 많은 동물 종이 공유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한 행동은 진화적이다. 그러한 행동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때가 많다.
어떨 때일까? 첫번째, 동물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때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특히나 승리시 많은 이성을 차지할 수 있을 수록 싸움의 강도는 커진다. 바다코끼리는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싸운다.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죽는다. 인간도 동일하다. 여자 앞에서 가오잡기 위해 더 폭력적이 된다. 치정 살인도 살인 중에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두번째는 서열과 관계있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하는 포유류들은 아니 아마 거의 모든 포유류는 서열이 존재한다.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무리 내에 새로운 양이 들어가면 자신의 서열이 정해질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개, 쥐, 영장류도 마찬가지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종이다. 침팬지 역시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연합을 하고 살생도 불사한다. 인간 역시 무리 내 지위나 서열에 굉장히 민감하다. 과거에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했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명예가 훼손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 명예를 잃으면 무리 내에서 지위도 떨어지고 이성에게 매력도 떨어진다.
이 외에는 정신질환이나 싸이코패스가 살인의 원인이다. 하지만 전체 살인의 1-2퍼센트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살인자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다. 특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살인 충동을 느낀다. 또 많은 살인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살인은 과거로부터 자신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다. 물론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이해득실을 따져서 리스크보다 이익이 크다면 인간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왔다.
<이웃집 살인마>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진화심리학>의 저자 이기도 하다. 그는 진화심리학자 중에 가장 유명하고 저명한 분이다. 그는 파티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격분을 목격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파티장에서 친구의 아내가 친구를 비웃는 듯이 쳐다보며, 그의 외모에 대해 경멸적인 발언을 던졌다. 그러고는 곧장 뒤돌아서서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격분했고 저자는 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파티장 밖으로 그를 끌고 나갔다.
그는 대 놓고 다른 남자와 노닥거리는 아내의 행동이 자신을 열 받게 만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을 멸시한 그녀에게 미친 듯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오늘밤, 바로 지금, 이 순간" 에 그녀를 죽여 버리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질 만큼 몹시 놀랐다. 만약 그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녀를 죽였을 거라는 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순간 이상한 감정이 나를 엄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날 밤을 회상할 때마다, 그때 느꼈던 본능적인 공포는 아직까지도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분명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데도 당시의 그는 분노로 너무 거칠어져 있어서, 팔 안에 닿는 생명체들을 모두 다 죽여 버릴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때까지 그렇게 자제심을 잃은, 살기등등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끔찍한 경험이었다. -p14
저자는 무시무시한 살의를 목격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인간의 살의, 살인 본능, 살인 심리, 살인 충동 등을 연구하게 된다.
초기에 지구에는 수많은 호모 속이 존재했다. 그 중 대표적인 호모 속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뇌도 크고 몸집도 컸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수준의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호모 사피엔스 한 종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과거를 확실히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화석, 자료들은 너무나 부족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나간 흔적을 되집어 보면 수많은 종이 멸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맘모스 같은 대형 포유류부터 호모 속의 다른 종들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마추진 많은 종들이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어쨌든 멸종했다. 우리는 어쩌면 카인의 후예인지도 모른다.
나는 대부분의 인간은 선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악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뿌리까지 악인인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수많은 전쟁과 살육의 역사가 말해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선하지만 특별한 동기,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다.
<이웃집 살인마>는 살인과 관련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진화심리학으로 고찰한 재밌는 책이다. 살인자의 심리, 어떠한 상황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지 알면 우리는 좀 더 조심하고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살인 공포는 진짜인 경우가 많다. 살인에 저항해서 진화한 심리적 방어 기제이다. 그 경고음을 절대 무시하면 안된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