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씨를 알게 되서 기쁘다. 앞으로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시대의 지성, 시대의 스승을 만나볼 수 있는 값진 책이었다.
특수청소부 김완씨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이다. 특수청소부 김완은 고독사, 범죄 현장 등 여러 이유로 생명이 떠난 '죽은 집'과 저장 강박증으로 오물이 쌓이 '쓰레기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가 들려주는 죽음, 청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어령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모두 재미와 감동을 주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1-2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 내가 B형이야. 얼마나 무질서한데. 나는 A형하고는 갑갑해서 못 살아." -p186
농담이신지 진담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였다. 덩컨 맥두걸이라는 학자가 영혼을 무게를 재는 시험을 인용한 부분도 의외였다. 그 실험도 내가 알기론 논란이 많은 실험이다.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 <필록테테스>라는 작품을 이어령씨가 이야기해주서 재밌었다. 빛나는 작품인데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셨다.
악, 퇴폐, 질병 이런 것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라는 그의 말씀에 공감한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마농 레스코>라는 소설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바깥에서 나를 바꾸도록 용납하지 않는다네. 남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렵지요."
"어려운 일이야. 성인군자의 아들도 나쁜 짓을 해. 아버지의 선한 피를 받았는데도 교화가 안 되지. 공자님은 아들을 가르치지 않았어. 가르칠 수 없는 거지. 가장 가까운 피붙이조차 가르칠 수 없어. 결국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엉터리라네."
-p235
그러면서 이어령씨는 인간은 결국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가 가장 감동적이고 가슴에 와 닿았다. 이어령씨가 말씀하시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에 해당하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에필로그 속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