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논쟁을 좋아하지만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고 싶진 않다. 때문에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신조다. 대화가 통하는 않는 상대와의 논쟁만큼 쓸데없는 일도 없다. 


 나는 나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한다. '성'에서 기인하는 차별과 억압에 반대한다. 성 뿐만 아니라 인종, 출신, 장애 등의 차별에 반대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유래한 말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즉,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여성들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등 ‘성(sex, gender, Sexuality)에서 기인하는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페미니즘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하지만 가끔 신문기사나 인터넷 글 등을 보면 잘못된 페미니즘이 보여 눈을 찌뿌리게 된다.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멍크 디베이트라는 토론 행사에서 펼쳐진 토론을 담은 책이다. 멍크 디베이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는 토론 행사이다. 멍크 디베이트는 2대 2로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의 주제는 "남자는 퇴물인가?" 였다. 토론 전 청중의 투표 결과는 반대 82%, 찬성 18% 였다. 토론 후에 어떻게 투표 결과가 바뀌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그리고 독자 자신도 책을 읽기 전후로 어떻게 의견이 바뀌는지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전후로 의견이 바뀌지는 않았다. 나의 의견은 반대였다. 하지만 찬성 측 의견에서도 생각하고 배울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남자가 퇴물이라고? 말도 안돼.' 에서 '남자가 퇴물이 될 수도 있겠군. 하지만 여전히 말도 안돼.' 로 바뀌었다. 아마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어린 아들을 보면 '불쌍한 녀석, 넌 이제 퇴물이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남편 혹은 아들이 퇴물인 세상을 원하는 여성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육체노동자 남성들이 몰락하고 있고 학생들 중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학업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부분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여러 형태의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와 생각이 가장 비슷했던 분은 커밀 팔리아였다. 그의 인터뷰 내용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소개해보겠다.


  전 세계 대학에서 젠더 역할이 그냥 소설 속 이야기나 독단적인 사회 관습일 뿐이라는 헛소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p140


 대학의 여성학에서는 젠더가 주입되었다는 개념을 가르칩니다. 그건 완전히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젠더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어요? -p141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 페미니스트들이 다시 한번 생물학을 모든 여성학 연구와 젠더 연구 프로그램에 필수 과목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생물학의 부재가 과학에 무지한 선동가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역량이 부족합니다. 너무나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여성 운동에 관심을 끊으려고 합니다. 현실과 유리된 주장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p141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인간이 타고난 성적 차이점을 부정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바람에 오히려 궁지에 몰렸습니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안타깝지만 현재는 소멸 직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기에 자신들의 열정, 근심, 욕망을 페미니스트들이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페미니즘을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와야 합니다. 생물학을 다시 공부하고 남성들을 정당하게 대해야 합니다. 남성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멈춰야 합니다. -p144


 아름다움 자체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페미니즘의 실패라 생각합니다. -p148


 커밀 팔리아는 레즈비언입니다. 페미니스트지만 현대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아 '안티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녀의 저서를 읽어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국내 번역된 책이 없습니다.


 예전에 알라딘 서재 친구 분의 글에서 '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없다. 성정체성, 젠더 역할은 모두 사회 구조, 관습 때문이다.' 라는 내용의 글을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긴 했지만 댓글로 잘못된 내용을 지적해주고 싶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암컷과 수컷은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인간 역시 동물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부정거나 무시하는 순간 페미니즘은 비과학적인 선동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책에서 한국에 대한 재밌는 내용이 하나 있어 소개해보겠습니다.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이란 책에서 한국 가정에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통계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국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변화가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남자의 종말>에서 한국 가정에서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는데요. 매우 흥미로웠어요.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은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회로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해나 로진

 제 책 전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통계죠. 너무 놀랍지 않나요? -p131



 이 책의 논평으로 스테파니 쿤츠의 논평을 소개하겠습니다. 역시 저의 논평과 일치해서 저의 논평을 대신하겠습니다.


 이번 토론자들은 모두 개성과 재치가 넘치고 언어적 수사와 표현은 풍부하지만 주장에는 종종 모순이 있었다. 청중들은 재미있었을지 모르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p187


 남자는 퇴물이 아니다. 남자가 퇴물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다른 욕구와 능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여성의 부상이 남성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일 뿐이다. 케이틀린 모란이 지적한 대로 우리는 지금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여성이 평등한 사회를 살아갈 때 여성의 파트너와 그 아들들, 형제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p191 



 이 책의 패널들의 대표저서들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찬성 측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과 반대 측 케이틀린 모란의 <아마도 올해의 가장 명량한 페미니즘 이야기>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런 토론 형식의 책들을 좋아한다. 멍크 디베이트 시리즈가 많이 번역되어서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책으로 출판되거나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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