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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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서친 미미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리뷰를 쓰기 앞서 숙연해집니다. 이 책은 1996년, 에베레스트에서 벌어진 사고를 다룬 논픽션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당시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저널리스트 존 크라카우어가 사건의 전말에 대해 기록한 책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가 발견된 이래로 그 정상을 오르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끊임없었습니다. 에베레스트 뿐만 아니라 오지나 극지, 혹은 신대륙을 탐험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일들은 인류 역사 속에서 항상 있어왔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요? 목숨의 위험, 남겨둔 가족을 뒤로 한 채 말입니다.


 위험한 스포츠나 위험한 활동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그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전적으로 동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한 번 시작된 강렬한 열망은 그 어떤 위험이나 두려움도 극복하게 해줍니다. 최근에 읽은 책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도 어린 시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를 알게된 앤드류 와일즈는 이 난제를 자신이 꼭 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이 꼭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마음을 어느 순간 품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네팔 트레킹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래 4박 5일 안나프루나 베이스캠프까지가 목표였는데 눈사태로 오를 수 없게 되어 3박 4일 일정으로 푼힐을 경유해서 내려왔습니다. 에베레스트의 혹독한 환경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저도 트레킹을 하면서 아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경험부족, 무모함, 과신은 화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1996년 12명의 산악인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은 <에베레스트>란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보기 전에 영화를 봤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 제이슨 클락, 조슈 브롤린, 키이나 나이틀리 등의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면 실화의 힘이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책이 더 현실감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도 나쁘진 않습니다. 추천드립니다. 책을 보고 영화를 다시 보면 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고를 지켜보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고 후에는 생사의 갈림길을 볼 수 있습니다. 사고의 기록을 읽고 있는 저는 당사자들에게 "안돼! 지금 돌아가야 돼!" 라고 맘 속으로 외쳐도 그들에겐 들리지 않습니다. 에베레스트 사고는 인재였습니다. 물론 자연재해도 한 몫 했지만요. 계획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상 등반을 포기했어야 할 때를 놓쳤습니다. 경쟁심, 안타까움, 저산소, 피로로 인한 판단 착오 등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예전에 사고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합쳐질 때 일어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라도 작용하지 않았다면 사고는 벌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러운 눈보라만 아니었다면 등등. 


 더그 한센은 우체부였습니다. 몇 년 전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했다가 불과 정상 몇 백미터 앞에서 돌아서야 했었습니다. 그는 아쉬운 마음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돈을 모아서 1996년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등반대 가이드 로브 홀은 그에게 여러 번 재도전을 권유했습니다. 계획된 시간보다 2-3시간 늦게 더그 한센과 그를 이끌고 온 로브 홀은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오른 기쁨도 잠시, 악화된 기상, 너무 늦어버린 시간. 그 둘은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데 모든 힘을 쏟은 더그 한센에게 내려갈 체력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들 데리고 온 로브 홀은 그를 버리고 혼자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30분이면 내려갈 코스를 로브 홀은 더그 한센을 이끌고 10시간에 걸쳐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로브 홀 역시 힘이 다해버렸습니다. 그들을 구하러 올라간 구조팀 역시 강풍과 강추위로 인해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혹독한 에베레스트는 지친 이들에겐 가혹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에베레스트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긴박함, 희박한 공기, 추위와 피로, 타인을 구하기 위한 마음과 그 타인을 포기해야 하는 마음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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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2-05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실행 속도가 정말 빠르신듯(부럽) 네팔 트레킹(더 부럽)저는 산악 등반을 미친짓으로 생각하던 사람이예요. 이 책을 본 뒤로 네팔에 꼭 가보고 싶더라구요! 정상아닌 트레킹만요^^*

고양이라디오 2021-02-05 13:45   좋아요 3 | URL
네ㅎ 트레킹은 정말 강추입니다. 둘레길 걷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힘든 구간도 있지만 본인 페이스대로 천천히 걸으면 크게 무리될 거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네팔 트레킹을 꼽고 싶습니다. 그냥 걷는 거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왜 사람들이 산을 오르나 알겠더라고요.

scott 2021-02-05 13: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대 초반에 네팔 트레킹을 한 경험‘ 고양이 라디오님! 산악人이셨어 !! 산, 특히 雪山 무ㅅ셔워 하는 1人 우유니 사막에서 하늘을 집어 삼킨 바다 소금 만져본걸로 만족할것 임 ^ㅎ^

미미 2021-02-05 13:37   좋아요 3 | URL
무셔워 하셨다니 너무 귀여우신 우리 스콧님~♡
저는 우유니 사막 검색하러 이만ㅋㅋ

고양이라디오 2021-02-05 13:48   좋아요 4 | URL
우유니 사막 검색하고 왔습니다ㅎ 너무 멋진 곳이네요. 저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네팔 트레킹 대단하거나 힘든 거 전혀 아닙니다ㅎ 음... 냉정히 생각해보면 20대 초반 제 인생에서 체력 가장 좋을 때 기준으로도 첫날은 죽을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갑자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 둘레길 걷는 거랑 비슷합니다. 산책입니다 산책^^ 가끔 끝이 없는 계단을 오르긴 하지만 그건 가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