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쉽게 믿고 쉽게 의심하는가?'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는 데는 타인 자체보다 우리의 선입견에 의해 타인을 판단합니다. 우리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을 경우 꽤 정확합니다. 하지만 100% 정확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크게 실수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잘못 판단해도 크게 손해보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판사, 경찰, 첩보기관 등이 타인을 잘못 판단했을 때는 큰 문제가 됩니다.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 불리우는 그들도 우리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일화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2006년 겨울, 저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대학교 동기인 동생과 둘이 인도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겁없이 인도를 여행지로 선택했습니다. 막상 인도가는 비행기에 올라타서 인도 관련 여행서를 보니 인도는 무서운 나라더군요. 과거에 납치, 살해 등 무서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 여행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저는 20살 초반에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척보면 척 아닌가?' 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습니다. 재수 때 크게 그 생각이 깨지긴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다시 인도이야기로.



 인도 뭄바이에 밤 늦게 도착했습니다. 원래 저희 계획은 공항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뭄바이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밤은 위험하니까요. 숙소도 예약해 놓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공항에서 밤을 새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저희는 쫓겨나다시피 했습니다. 우선 다른 한국인 여행객과 동행했습니다. 한국인 여행객이 묵는 숙소에 혹시나 빈 방이 있을까해서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택시를 타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혹시나 납치를 당하지 않을까 속으로 불안했습니다. 


 숙소에 빈 방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늦은 밤 인도의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그 당시 핸드폰도 없고, 검색도 안되는 상황. 의지할 데 없고 정보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거리에 사람은 없고, 혹시라도 사람이 보이면 경계부터 하게 됐습니다. 


 여기저기 근처를 돌아다니며 숙소를 구해봤지만 빈방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무렵 한 청년이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저희 또래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숙소를 구해주겠다. 따라와라." 


 저와 친구는 섣불리 따라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저 사람의 심중을 캐보고자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아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혔습니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정말 숙소를 구해주려는 것인지 우리를 악의 구렁텅이로 데리고 가려는 것인지 정말 1도, 1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를 따라 근처 건물의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두려운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는 우리를 숙소로 안내했습니다. 다소 비싼 값이었지만 방을 잡았습니다. 긴장해서인지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이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사람을 잘 본다는 오만과 환상은 실제상황에서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해석하는데 상당히 취약합니다. 그 취약함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해석을 할 경우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큰 고통이 따릅니다.


 타인이 잠깐 우리를 보고 판단하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우리는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까요? 타인을 해석할 때 우리는 겸손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타인이 우리를 해석할 때 그러길 원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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