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입니다. 언제부턴가 노엄 촘스키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촘스키는 생성문법이론으로 언어학의 한 획을 그음으로써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학자로 인정받는 분입니다. 생성문법이론이란 대략적으로(저도 잘 모르지만) '인간은 이미 언어의 문법에 관해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며 이런 문법지식을 바탕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문법에 맞춰 무한한 문장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이미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졌으며 과학적으로도 꾸준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체계에 대한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도록요.
촘스키는 언어학자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양심" 으로 불리우는 정치평론가입니다. 주로 미국의 치부를 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촘스키는 그동안 미국패권주의로 인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철저하게 밝히고 고발하는 훌륭한 지식인입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도 미국에 대한 날선 비판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 미국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캡틴아메리카가 아닌 사악한 빌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 투자되는 자본은 대부분이 경영 지배권의 확보를 위한 돈입니다. 공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입니다. 이런 민영화는 대체로 부패한 정부에서 주로 시행됩니다." -p101
위 구절을 읽으니 이명박 정부 때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려던 일이 생각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칸트(독일의 철학자)
민주주의는 여러 한계를 가지긴했지만 다른 체제보다는 낫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저도 동의하고요. 박근혜 탄핵처럼 피를 흘리지않고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일은 민주주의 아니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칸트의 말이 민주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미국인을 비롯한 유럽인의 90% 이상이 베트남전쟁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3백만명의 베트남인들이 전쟁에서 희생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우리 나라도 베트남참전국가로 학살의 장본인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촘스키는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으며, 만약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테러응징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려는 테러 집단" 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촘스키가 아니면 감히 어느 누구도 발설할 수 없는 진실의 메시지였다. 이러한 촘스키의 인터뷰는 "미국이 테러리스트의 역할을 멈추지 않는 한 더 큰 피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 이라는 경고로 끝을 맺고 있다. -p234
위 구절은 저도 읽으면서 오금이 지릴 정도로 쎈 발언입니다. 9.11 테러의 아수라장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집어서 용기있게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미국은 테러를 당했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습니다.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근거없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는 다시 테러의 위험에 떨고 있습니다. 끊없는 피의 악순환입니다.
촘스키는 1966년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촘스키는 용기있고 훌륭한 지식인입니다. 미국의 이면을 알고 싶으신 분들께 촘스키의 책들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