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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판사 문유석씨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재밌게 읽고 연이어 <쾌락독서>를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독서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아졌습니다. 독서에 '중독' 된 사람을 보면 반갑고 위안이 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라는 안도감이 듭니다. 특이성이 약간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순간입니다.
<쾌락독서>를 읽으며 문유석씨의 독서 여정을 따라갔습니다. 문유석씨의 문체, 문장은 제 취향입니다. 문유석씨가 하루키의 문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와 제가 문유석씨의 문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습니다. 힘을 빼고 쓴 글쓰기, 소소하지만 깨알같은 유머, 가끔 번뜻이는 멋진 비유와 은유와 통찰. 역시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가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통찰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저도 다시 열심히 읽고 싶어집니다. 잠시 숨 죽이고 있던 독서 열정이 되살아 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의 독서이력과 독서 여정도 되짚어 봤습니다. 저도 한 때 정말 독서에 미쳤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땐 정말 지독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티브 잡스는 '모든 것에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고 말했습니다. 독서에 빠지다보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독서가 최우선이 되다보니 그 외의 것들에 무관심해지고 무책임해졌습니다. 특히 인간관계라던가 사회생활이라던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제 주위사람들은 전부 제 독서시간을 뺏을 수 있는 잠재적 강도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 돌이켜봤을 때 크게 후회는 없습니다. '그 땐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안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고 저는 무엇으로든지 그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공백을 메우는 데는 책이 가장 유용했습니다. 물론 보다 균형잡힌 인간이라면 책이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것들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책이 미친듯이 재밌지가 않습니다. 유튜브에 빠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뇌가 사색없이 빠른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자극들에 적응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쾌락중독은 항상 더 큰 쾌락을 원합니다. 제가 예전에 독서에서 쾌락을 맛볼 때도 독서중독이었던 거 같습니다. 더 재밌는 책, 더 훌륭한 책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감탄하며 읽었고 점점 더 빠져들었습니다. 책을 오랫동안 읽지 못하면 금단증상처럼 불안하고 찝찝했습니다. 요즘은 그런 책중독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덕분에 책을 더 안 읽게 되고 대신 유튜브를 보게 됐습니다. 유튜브 중독 헤어나오기가 정말 힘드네요.
유튜브의 유혹을 이겨내고 다시 독서에서 쾌락을 얻고 싶습니다. 요즘 다시 책이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 문유석씨의 <쾌락독서>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판사유감>도 재밌다고 하니 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