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법칙들 - 생명의 최전선, 가장 인간적인 과학의 현장에서 테드북스 TED Books 8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처음들어보는 이름이지만 대단하신 분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2011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의학의 법칙 3가지가 담긴 책이다. TED 강연을 바탕으로 한 책으로 100p 잠짓으로 짧지만 강렬하다. 흔히 일반인들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과학과 의학이 만능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의학의 불안전한 모습을 알고 그런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겸손한 분이다.

 

 그가 생각하는 의학의 제1법칙은 "강력한 직관은 근거가 미약한 검사보다 훨씬 힘이 세다."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의 위양성과 위음성에 대해 모른다. 책의 구절을 살펴보자.

 

 먼저 의학의 모든 검사는, 어떤 분야의 어떤 검사든 일정한 비율로 위양성과 위음성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양성이란 환자에게 질병이나 이상이 없는데도 양성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HIV 검사 결과는 양성이지만 사실 환자의 몸속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없는 경우). 반대로 위음성이란 이상이 있는데도 검사 결과는 음성인 경우다(환자는 감염되었는데 검사 결과는 음성인 경우). -p44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실은 나도 제대로 완벽히 이해를 못했지만) 무작위로 검사했을 때 검사가 틀렸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 때문에 근거가 미약한 검사보다 상황, 맥락, 경험에 의한 의사의 통찰에서 나온 직관적인 결론이 맞을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노련한 직관을 가진다. 뭐 이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경험은 힘이 세다.

 

 

 의학의 제2법칙은 "'정상적인 것들' 은 규칙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법칙을 가르쳐주는 것은 '예외들'이다." 이다. 이 역시 의학 뿐아니라 과학이나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법칙같다. 의학이나 과학을 하는 사람들 중 '예외적인 것들' 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에 현실을 끼워맞추는 플라톤주의자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 예외적인 것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통찰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무시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서 위대한 발견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의학에서도 이 법칙은 옳다.

 

 

 의학의 제3법칙은 "의학적으로 완벽한 모든 실험에는 완벽한 인간적 편향이 끼어든다." 이다. 역시 과학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의사나 환자는 약이나 치료가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여기에 편향이 끼어들게 된다. 저자는 그 예로 근치적 유방절제술을 들었다. (그 외에도 전전두엽절제술이나 수많은 잘못된 예가 있겠지만.) 근치적 유방절제술이란 유방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말한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유방암이 재발하는 원인을 유방 조직에 암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보고 유방을 완전히 제거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수술은 1900년부터 1985년 까지 10~50만 명의 여성에게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 수술은 환자에게 전혀 치료 이득이 없고 오히려 합병증과 휴우증만 안겨준 무서운 수술이다. 오늘날 이 수술은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생각난다. 이 수술들도 50~80년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 수 없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혹은 없을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알 수 있다.  때문에 의학의 역사를 아는 보수적인 의사들은 새로운 수술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자신들은 시술을 회피한다.  

 

 

 일반인들이 보아도 좋은 책이다. 의료인들도 꼭 읽어보고 겸허한 자세로 의학을 다시 바라봤으면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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