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1.28. 

충북 음성 읍내리 

읍내 고양이를 만난다. 여럿 만난다. 이 가운데 두 아이 사진을 담았다. 

 

시골 읍내 고양이는 도시 골목 고양이하고 얼마나 다른 삶을 누리려나. 

아마 도시보다는 보금자리가 한결 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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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1.1.27.
 : 눈길 달리기



- 집살림 도맡는 아빠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반찬은 늘 어슷비슷하기 때문에 반찬을 얻으러 마실을 가기로 한다. 큰길가에 있는 보리밥집 아주머님한테서 얻을 생각이다. 아주머님은 늘 반찬을 그냥 주시는데, 밥을 사먹는 셈치고 반찬값을 받으라 말씀드리지만, 언제나 반찬을 그냥 담아 주신다. 반찬값을 안 받으시면 미안해서 다시 찾아오기 힘들지만, 그래도 다시 안 갈 수 없고, 거듭 말씀을 여쭈지 않을 수 없다. 반찬값을 안 받으시니, 노상 다른 여러 가지를 산다. 그러나 다른 여러 가지를 산다 한들 반찬값에 댈 수 있으랴. 거꾸로 생각해서 내가 밥집을 꾸리는 아저씨라 할지라도, 누군가 반찬을 얻으러 올 때에 반찬값을 받기는 쉽지 않겠지. 그러나 나는 반찬값을 값대로 받으면서 살며시 덤을 더 얹어 주리라 생각한다.

- 집 앞 길머리에서 논둑길로 갈까 마을길로 갈까 어림한다. 논둑길은 눈을 치우지 않아 고스란히 쌓였다. 내리막으로 가야 하기에 자칫 미끄러질까 걱정스럽다. 마을길로 가기로 한다. 마을길은 발굽병인가 때문에 이리로 못 가도록 막아 놓기도 했는데, 오늘은 막아 놓던 헌바퀴더미가 없다. 발굽병 때문에 바깥 자동차 못 들어오게 막는다지만, 여기를 이렇게 막는다고 일이 풀리겠는가. 발굽병이라는 병이 퍼지는 까닭이 자동차 때문이겠는가. 고기를 즐겨먹는 도시사람 때문에 생기고, 고기를 더 싸게 더 많이 먹어치우는 도시사람 때문에 일어나는 병 아닌가. 시골사람은 고기 먹을 일이 드물 뿐더러, 시골사람이 고기를 즐겨찾는다든지 자주 먹는다든지 하는 일도 없다. 온통 도시 때문에 생기거나 퍼지는 병인데, 이런 병이 생기면 늘 시골사람만 골탕을 먹는다.

- 이제 아이는 추운 겨울날 자전거마실을 잘 깨닫는다. 처음 몇 번은 장갑을 안 낀다 하고 모자를 안 쓴다 하며 손을 밖으로 내밀어 놓으려 했으나, 이제는 아빠가 장갑 끼우고 모자 씌우며 이불을 꼭꼭 여미면 얌전히 있는다. 우리가 갈 곳까지 거의 아뭇소리 없기까지 한다. 그래도 가는 길에는 꽁꽁 얼어붙으며 꼼짝을 않으나, 오는 길에는 조잘재잘 떠든다. 아마, 마실을 나가서 이것저것 얻어먹기도 하고 귀여움도 많이 받으며 돌아오니까 신이 나겠지.

- 오늘도 마실 나가는 길은 맞바람. 겨울 맞바람은 참 끔찍하다. 혼자 살던 지난날, 이 끔찍한 겨울철 맞바람을 맞으며 멧골집부터 서울에 있는 헌책방까지 어떻게 자전거로 달렸나 놀랍기만 하다. 오늘 내 나이보다 조금 어리거나 젊었다 할지라도, 그때에도 틀림없이 손이며 얼굴이며 사타구니며 꽁꽁 얼었을 텐데, 어떻게 견디며 그 먼길을 꿋꿋하게 주마다 오갈 수 있었을까.

- 개를 키우고 소를 치며 돼지를 기르는 곳 옆을 지난다. 소를 쳐서 소젖을 짜는 분들은 소젖을 거두어 가는 우유공장에서 내주는 사료만 사서 먹여야 한단다. 젖소 키우는 짐승우리에서 병이 생긴다면 젖소 키우는 사람 탓이 아니라 우유공장 탓이다. 그러나, 젖소 키우는 우리에서 발굽병 따위가 생겼을 때에 우유공장한테 잘잘못을 캐묻는 일은 듣도 보도 못한다.

- 공장 옆길을 지난다. 마을길을 거치면 공장 옆을 지나야 해서 싫지만, 이웃사람 살림집 옆을 지나는 마을길을 안 지날 수 없다. 이 공장 옆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매캐하고 코를 뚫는 듯한 쇳가루 냄새를 맡아야 한다. 땅값 싼 시골마을 깊숙한 데로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우리 나라 경제란, 더 값싼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모르면서 그저 더 싸게만 사려는 도시사람을 키워 내는 제도권 사회라고 느낀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신들 아파트나 살림집 곁에 제철소나 중화학공장이 있어 쇳물이 흐르고 쇳가루가 날리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내 고향 인천은 곳곳에 중화학공장이며 제철소며 제련소며 유리공장이며 자동차공장이며 득시글득시글한데다가 화력발전소까지 있다. 다른 데도 아닌 옛도심 한복판에 이런 공장들이 가득하고, 여느 살림집과 5층짜리 낮은 아파트 옆으로 이런 공장투성이를 이룬다. 서울사람들은, 더욱이 지식인들은, 또 글쟁이들은 공장이 어떤 곳인 줄 참 모른다.

- 보리밥집에 닿는다. 수레에서 안전띠를 끌러 아이를 내린다. 아이는 아무 말도 없더니, 밥집으로 들어가 모자를 벗기니까 비로소 웃음을 띤다. 많이 추웠지?

- 아이는 장갑을 벗겠다 하며 밥집을 이리저리 콩콩 뛴다.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 반찬을 얻고 몇 가지 까까를 산다. 씨있는 달걀 마흔 알을 산다. 가방에 차곡차곡 담는다. 아이하고 함께 보리밥집 아주머님들한테 인사를 한다.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안전띠를 채운다. 아빠도 자전거에 올라탄다. 영차영차 달린다. 공장 곁 스쳐야 할 마을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논둑길 쪽으로 간다. 마을 또다른 개장수 있는 논둑길 옆으로만 눈이 그대로 쌓였다. 바퀴가 폭폭 잠기는 길을 달린다. 고스란히 쌓인 눈을 폭폭폭 밟으며 달리는 맛을 오랜만에 느낀다. 그냥 좋다. 생각보다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마 어설피 눈을 쓸거나 치워서 바닥이 얼었으면 미끄러지겠지. 외려 눈을 안 쓸어 그대로 있으니 바닥도 안 얼어 안 미끄러지는구나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뒷바람. 얼굴로 찬바람이 칼바람처럼 불지 않으니 그리 안 춥다고 느낀다. 아이도 똑같이 느끼는지, 수레에 앉아 “아빠, 저거 뭐야?” 하면서 묻는다. “응, 볏짚말이. 볏짚을 동그랗게 만 볏짚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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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지와 글쓰기


 아이 귀를 언제부터 파면 좋을까 오래도록 생각만 하다가 엊그제 드디어 귀를 파 본다. 귀후비개를 살살 집어넣는데 딱딱한 뭔가가 걸린다. 뭐가 이렇게 있나 하고 톡톡 치며 툭 하고 떼어내니 귓구멍 크기만 하게 말라붙은 귀지이다. 귀지가 이토록 크게 엉겨붙으면서 말라붙기까지 하는가. 애 아빠로서 아이 귀를 얼마나 안 후벼 주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아침저녁으로 코를 파면 아침저녁으로 길쭉한 콧물딱지를 뽑아낸다. 코도 귀도 몸도, 참말 자주 씻기고 자주 돌보며 자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애 아빠로서 너무 모자라다. 이래저래 애쓰거나 힘쓰거나 용쓴다지만, 아이 눈높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아이 삶을 놓고 살펴야 한다. (4344.1.2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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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1-26 09:22   좋아요 0 | URL
어쩌다 애들 귀를 파줄 때마다 이만한 게 저 조그만 구멍에 어찌 들어가 있었나 깜짝 깜짝 놀라게 되요. 혹자는 뱃속에 있을 때 양수가 말라붙었다는 얘기도 하는데, 참말인지는 모르겠어요.

숲노래 2011-01-26 09:38   좋아요 0 | URL
조그마한 귀지들이 하루하루 뭉치면서 생길 텐데... 참 아찔하면서, 이 귀지가 귓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도 한숨을 돌립니다...
 



 똥을 깎는 마음


 뒷간 똥이 차곡차곡 쌓인다. 날이 달포째 얼어붙으니 자꾸 쌓인다. 한낮에 삽으로 콱콱 찍어 깎는다. 삽날이 부러지겠구나 싶어 겨우 조금 깎았다. 무너뜨리기는커녕 참말 조금 깎고 만다. 날마다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깎아야 하는가 보다. (4344.1.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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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책과 글쓰기


 공책을 쓰니 셈틀 앞에 덜 앉는다. 손목이 덜 아프다. 그러나 팔과 팔뚝과 어깨가 저리지. 한편, 눈이 덜 고단하다. 게다가 꽤 재미있다. 셈틀로 글을 쓰며 하루라도 텍스트파일(난 글을 txt파일 편집기로 쓴다) 느는 모습을 느끼기 어려운데, 공책을 쓰니 날마다 조금씩 종이를 잡아먹는구나 하고 느낀다. 햇볕에 따라 글을 쓰고, 등불을 고맙게 받아들이며, 달빛으로 잠든다. (4344.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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