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2.13. 

충청북도 음성군 읍내4리. 

지난날에는 '초가삼간'이었다는 집. 박정희 새마을운동 때에 처음 올린 슬레트지붕이 아직 잘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시골집. 방 둘에 부엌 하나. 또는 방 하나인데 문이 둘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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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과 글쓰기


 겨우내 우리 집 텃밭이며 둘레 논밭이며 눈이 그득그득 쌓였습니다. 지난 한 주 드디어 날씨가 포근하면서 눈이 많이 마릅니다. 녹는다기보다 마릅니다. 집 옆 퍽 너른 밭에 보자기처럼 판판히 쌓인 눈도 모두 마르고, 우거진 풀숲에 깔린 눈도 거의 다 마릅니다. 멧길을 따라 섬돌처럼 이루어진 논에는 아직 얼음이 두껍고 눈도 많이 남았지만, 올 듯 안 올 듯 알쏭달쏭하던 봄은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는구나 싶습니다. 엊저녁에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하면서 바깥을 내다보니 여섯 시가 넘어도 해는 아직 기울지 않습니다.

 새벽 네 시 이십일 분에 일어나 아이 기저귀를 갈고 아버지도 밖으로 쉬를 누러 나옵니다. 겨우내 흰눈 덮인 텃밭을 빙 돌아가며 쉬를 누었으나, 이제는 감나무 둘레에도 누고 도랑에도 누며 풀밭에도 눕니다. 흰눈과 오줌을 받으며 겨울을 보낸 텃밭 흙은 아직 딱딱한데, 한결 따스한 날씨가 찾아와 우리 집 언물이 녹을 무렵이면, 그동안 밥찌꺼기와 똥오줌을 섞어 모아 놓은 거름을 내어 흙하고 고루 섞을 수 있겠지요. 그리 넓지 않은 텃밭에 거름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잘 모르지만, 한 집에서 나오는 밥찌꺼기와 똥오줌이 쓰레기가 안 되고 거름이 되도록 하자면, 그렇게까지 땅이 넓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낍니다. 여러 식구 살림이요 일구어야 할 논밭이 제법 된다면 거름으로 낼 똥오줌이나 밥찌꺼기란 퍽 모자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지 않은 옛날에 똥오줌을 참아 가며 집으로 와서 거름자리나 밭자리 한켠에 누었다는 이야기란 거름이 얼마나 보배롭고 소담스러웠는가를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내가 먹는 밥을 내가 손수 일굴 때에는 내 똥과 오줌을 어떻게 삭여서 쓰는가를 두루 헤아릴 테니까, 이러한 삶은 흙하고 하나될밖에 없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너른 논까지 일구지 못한다더라도 작은 텃밭 하나 일구면서 밥과 삶을 하나로 이을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너른 논은커녕 작은 텃밭조차 얻기 힘듭니다. 달삯을 내는 집이든 전세로 지내는 집이든, 텃밭 딸린 아파트나 빌라나 골목집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이제는 마당 딸린 골목집조차 퍽 드뭅니다. 가난하거나 쪼들리는 사람들한테는 마당이든 텃밭이든 딸린 집을 얻는 일은 꿈조차 못 꾸겠지요. 가멸차거나 돈있는 사람들로서는 애써 텃밭을 일굴 생각을 안 할 테고, 마당보다는 잔디밭이나 꽃밭쯤 일굴 생각은 가끔 하겠지요. 그러나 가멸차거나 돈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잔디밭이나 꽃밭을 돌볼는지 궁금합니다. 돈으로 사람을 사거나 부리면서 멋들어지게 꾸미지 않으랴 싶습니다.

 도시 한복판 아파트마을에서는 텃밭이나 꽃밭을 일구지 못합니다. 집안에 꽃그릇 잔뜩 벌여 놓을 수는 있습니다. 꽃그릇이라도 잔뜩 벌인다면 꽃과 풀과 흙을 날마다 조금이나마 보면서 살아갑니다. 햇볕이 안 드는 땅밑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꽃그릇을 꿈꾸지 못합니다. 꽃그릇 하나 보살피지 못할 만큼 돈벌이에 매달려야 하겠지요. 집살림 걱정하느라 내 몸과 마음을 한결 아름다이 건사하도록 손과 몸을 놀려 흙을 일굴 걱정까지는 못하겠지요.

 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사람이든, 글을 쓰는 사람이든, 돈벌이만 하는 사람이든, 일자리를 바라는 사람이든,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든, 집살림만 하는 사람이든, 손수 텃밭을 마련하여 일굴 수 있으면 삶이 한껏 달라집니다. 어쩌면, 온누리는 텃밭을 일구는 사람과 텃밭을 안 일구는 사람으로 갈린달 수 있습니다. 텃밭을 안 일구는 사람 가운데에는 텃밭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테며, 텃밭은 생각하지만 너무 바쁘거나 쪼들려 힘들다는 사람이 있을 테고, 텃밭 따위에 마음쓸 겨를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겠지요.

 푸성귀 몇 가지이든 곡식 몇 줌이든 손수 일구는 사람이라면, 이른바 탄소발자국을 어마어마하게 줄이는 사람이 됩니다. 굳이 탄소발자국 따위를 헤아리지 않아도 됩니다만, 무가 되든 배추가 되든 얼갈이가 되든 아욱이 되든 콩이 되든 옥수수가 되든 고구마가 되든 감자가 되든, 텃밭을 조그맣게나마 일구는 사람은 삶이 달라집니다. 만화책 《꽃과 모모씨》에 나오는 가녀린 새색시는 도쿄 한복판에서도 텃밭을 일굴 뿐 아니라 무논까지 일구어 냅니다만, 이러한 이야기를 한낱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로만 바라볼는지, 아니면 참말 내 삶터부터 이렇게 우리 터전을 고쳐 나가려 애쓰자는 다짐으로 마주할는지는, 저마다 어떻게 살아가고픈가에 따라 나뉘겠지요.

 자동차를 버려야 이라크에 군대를 안 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적을 막자며 유디티 같은 군대에 가겠다는 젊은이가 꽤 늘어난답니다. 군대에 간다고 평화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군대가 평화를 사랑하는 곳이 되겠습니까. 자동차를 버린 우리들이 할 일이란,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텃밭 일구기입니다. 텃밭을 일구어야 4대강이고 경부운하(또는 경인운하)를 멈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에 미친 나라를 잠재울 수 있습니다. 텃밭을 일구지 않고서야 글을 쓸 수 없고,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4344.2.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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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2.4. 

인천 동구 송림2동. 

골목마실을 할 때면, 나는 내가 아는 모든 모습을 새삼스레 되돌아보며 걷는다. 내가 모르는 모든 모습 또한 언제나 새삼스레 되새긴다. 햇볕이 우중충하던 겨울날, 골목 안쪽 시커먼 나무전봇대 빛깔이 외려 도드라지도록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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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2.4. 

인천 동구 금곡동. 

골목집과 빨래와 하늘은 겨울에도 더없이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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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8. 

충북 음성군 읍내리. 

낡은 쇠대문이 아닌, 사람이 살아온 문간입니다. 

 

나무로 만든 대문도 좋으나, 

나무에 이어 나온 이 쇠붙이 대문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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