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8.


《서점의 일생》

 야마시타 겐지 글/김승복 옮김, 유유, 2019.2.14.



국민학교란 곳을 1982년부터 다녔다. 이무렵에는 마을에도 책집이 있었다. 마을 문방구가 두 곳 있었고, 두 곳에는 만화잡지하고 청소년잡지하고 여성잡지도 두었다. 그때 우리 마을 작은 책집은 상가 건물 2층 안쪽에 있었다. 나는 그때 만화책하고 만화잡지만 쳐다봤는데 다른 어린이책이 있었는지 안 떠오른다. 아무튼 어디 가도 책집이 많던 무렵이다. 책이 ‘먹여살리’느냐 묻기도 하지만, 마음이 넉넉하다면, 스스로 넉넉하고 홀가분한 몸으로 알찬 길을 찾기 마련이다. 마음밥을 먹으면서 그만 몸을 가꾸지 않을 적에는 몸도 마음도 흐트러질 뿐이다. 《서점의 일생》을 쓴 일본 이웃님은 오늘 책집지기로 살림을 꾸리고 곁님하고 아이하고 살아간단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마치고 집을 뛰쳐나와 갖은 막일을 하는 동안 ‘책집을 건사하는 길’을 갈 줄 몰랐단다. 그저 부딪히며 살았단다. 아마 이이는 글책보다는 사람책을 마주했을 테고, 삶책을 읽었을 테며, 꿈책하고 사랑책을 가슴에 품으며 온몸으로 뒹굴다가 문득 번쩍하고 빛을 보며 책집지기가 되었지 싶다. 책은 누가 짓고 어떻게 태어나 책집에 놓이는가? 책집지기는 책 하나를 어떤 눈빛하고 손길로 건사하면서 마을이웃한테 마음밥으로 고이 건네는 몫을 즐거이 맞아들이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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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박진희 옮김 / 북뱅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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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4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박진희 옮김

 북뱅크

 2012.6.20.



  어버이는 아기를 낳고, 아기는 어버이한테 찾아옵니다. 아기는 어버이한테서 온사랑을 받고, 아기는 말없이 새로운 사랑을 어버이한테 물려줍니다. 언뜻 보면 내리사랑 같으나, 둘 사이에는 치사랑이 함께 흘러요. 흐르기에 사랑이랄까요. 아기가 하나일 적에는 맏이도 막내도 아닌 그저 아이입니다만, 동생이 태어나면 어느새 맏이랑 동생 사이가 되어요. 맏이는 그동안 제가 어떤 사랑을 오롯이 받았는가를 새삼스레 지켜봅니다. 동생한테 그토록 마음을 쓰는 어버이가 아닌, 동생한테보다 외려 더 오래 넉넉히 저한테 마음을 쓴 줄 느낄 수 있어요. 다만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마음씀이 둘로 갈린다’거나 ‘동생한테 더 마음을 쓴다’고 잘못 알 수 있겠지요. 《나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어》는 이런 엇갈린 마음이 어떻게 태어나서 자라는가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아기는 어떻게 자라고, 자란 아이는 어떻게 언니가 되며, 언니는 어떻게 동생을 맞이하고, 동생은 또 새롭게 어떤 언니로 무럭무럭 크는가를 보여주지요. 우리를 낳은 어버이 곁에 동생이 있고 언니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도 동생이며 언니가 많아요. 모두 같은 사랑이요, 모두 따사로운 숨결입니다. 저마다 다르게 피어난 다 같은 숨꽃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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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맥스야 - 한스의 그림동화 2
도미니끄 마에 그림, 로랑 브르쥐농 글, 홍윤경 옮김 / 한스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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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책시렁 73


《고마워 맥스야》

 로랑 브르쥐농 글

 도미니끄 마에 그림

 홍윤경 옮김

 한스북

 2003.11.10.



  자동차를 그리는 아이는 자꾸자꾸 자동차를 그리고픕니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그립니다. 자꾸자꾸 그리며 쳐다봅니다. 이렇게 자동차를 그린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느새 자동차를 마련하여 달리겠지요. 꽃을 그리는 아이는 자꾸자꾸 꽃을 그리고픕니다. 오늘 그리고 모레 그립니다. 또또 그리며 바라봅니다. 이렇게 꽃을 그린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느덧 무엇을 곁에 둘까요?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보고 자라는가 하는 살림은 대단히 크지 싶습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 마느냐가 아닌, 무엇을 보고 느껴서 마음에 담도록 그리느냐를 살펴야지 싶어요. 《고마워 맥스야》에 세 가지 탈것이 나옵니다. 세 가지 탈것은 저마다 다르고, 힘도 다르고, 맡은 일이 달라요. 그런데 조금 작은, 빨간 탈것인 맥스는 살짝 뾰로통합니다. 저보다 큼직하고 힘이 세구나 싶은 노란 탈것에 대면 저는 초라하다고 여기거든요. 빨간 탈것 맥스는 아무래도 온누리를 한결 널리 바라보지 못해요. 이러다 보니 둘레에서 들려주는 말이 제대로 와닿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큰나무 작은나무 있고 큰새 작은새 있고 큰꽃 작은꽃 있는걸요. 아직 조그마한, 몸보다 마음이 조그마한 맥스는 어느 때에 ‘마음이며 몸이 함께 자라는’ 보람을 누리면서 눈을 환하게 뜰 수 있을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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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는 왜?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6
고야 스스무 글, 가타야마 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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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72


《도토리는 왜?》

 고야 스스무 글

 가타야마 켄 그림

 김지연 옮김

 책과콩나무

 2015.3.10.



  먹으면 눕니다. 먹고서 누지 않을 수 없어요. 들어왔으니 나가고, 나간 자리에 새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숨을 쉬니까 숨을 뱉어요. 숨을 쉬고 뱉는 일을 꽤 빠르게 늘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숨이 우리 몸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줄 잊거나 모를 수 있습니다만, 참말로 숨을 쉬었으면 뱉어야 합니다. 먹으면 눈다는 얘기란, 먹으려면 심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지 않으면 나지 않겠지요. 곧 안 심고서 얻을 적에는, 땅으로 돌아가서 이듬해에 새로 날 만큼 남길 줄 알아야 해요. 나물을 한다면서 뿌리째 모조리 캐면 한참 아무것도 없을 테니 배를 곯아야 해요. 《도토리는 왜?》는 부드러우면서 똑똑하게 숲을 들려줍니다. 숲짐승이 왜 도토리를 그렇게 곳곳에 알뜰히 묻으면서 살아가는가를 차근차근 짚어요. 숲을 이룬 나무는 나무대로 숲짐승하고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사는가를 가만히 다룹니다. 숲짐승은 나무열매를 물어서 이곳저곳, 가깝거나 먼 데에 알뜰히 묻기에 새로 나무가 자라요. 숲짐승은 얼결에 열매를 곳곳에 묻을 테지만, 이렇게 애쓴 보람으로 맛나는 열매를 얻어요. 주거니받거니라기보다는 같이 헤아리면서 짓는 살림이지 싶어요. 받으니까 준다기보다 서로 알뜰히 생각하고 돌보는 삶이로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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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5.7.


《여행하는 말들》

 다와다 요코 글/유라주 옮김, 돌베개, 2018.9.7.



작은아이가 짐꾼이 되어 주기로 하면서 같이 읍내마실을 한다. 읍내 놀이터에서 기다리며 산양젖을 받는다. 그런데 내 손짐을 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손짐을 되찾으려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놓친다. 어찌할까 한동안 생각하다가 큰아이가 바라는 수박싹을 찾기로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박싹을 파는 집이 여럿 있었으나 오늘은 으째 동이 났는감. 시들한 수박싹을 다섯 뿌리 장만하고서 택시를 부른다. 해거름에 큰아이하고 수박싹이랑 오이싹을 옮겨심는다. 비록 시들한 채 데려왔어도 우리 밭자락에서 기운을 찾기를 빌며 입을 맞춘다. 며칠째 조금씩 《여행하는 말들》을 읽는다. 이야기는 무척 알차며 곱다고 느낀다. 옮김말은 매우 아쉽지만. 옮김말 탓에 대번에 끝까지 못 읽는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이웃말을 배우고 이웃살림을 들여다보는 겨를만큼 한국말이나 한국살림을 들여다보거나 배우는 일꾼이 얼마나 될까? 굳이 한국말사전을 씹어먹어야 하지는 않으나, ‘눈 눈 눈’이나 ‘배 배 배’를 마음껏 다룰 줄 알 만큼 한국말을 건사할 적에 비로소 글쓰기나 옮기기를 할 만하지 싶다. 말이 바람을 타고 나들이를 다닌다. 낱말이, 말씨가, 말마디가, 말결이, 말밭이 덩더쿵 춤추면서 온누리를 휘젓는다. 홀가분하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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