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문성원 옮김, 문종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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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시렁 146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

 구드룬 파우제방

 문종훈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5.25.



엄마가 전보다 자주 집에 있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나와 오빠도 싫어할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가 문을 열어 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다. (19쪽)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거나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 내 생각을 굳건히 지킬 줄 알아야 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나는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볼 자격도 없지.” (112쪽)


“아빠, 아빠가 듣고 아주 기뻐하실 얘기를 제가 준비해 두었어요.” 내가 오빠 말을 가로막았다. “오빠 혼자가 아니라 저하고 같이 준비한 거예요!” “있다가 집에 가서 얘기하자.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으니까.” (196쪽)



  낮잠을 거르고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아쉬운 아이들입니다. 조금 더 놀자고, 한 가지 놀이를 더 누리고 싶다고, 뭔가 더더 하고서 꿈나라로 가고 싶다 합니다. 이런 날은 으레 이튿날 늦게 일어납니다. 그럴 만하지. 저녁에 하나를 더 하는 만큼 아침에 하나를 덜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아이들은 모를 수 있어요. 오늘 다 하지 않더라도 이튿날 일찌감치 일어나서 하면 되어요. 오늘 더 하지 않아도 새로운 하루에 새로운 마음하고 몸으로 해도 됩니다. 오늘 더 해야겠다고 버티거나 붙잡으면 이튿날에는 그만 기운이 쪼옥 빠지거나 처질 만해요.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하루를 지켜보면서 찬찬히 북돋우는 몫을 하지 싶습니다. 이래야 저래라 시키는 어버이가 아닌,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즐기자고 하는 이야기를 문득 상냥하게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구드룬 파우제방/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은 집안일에 두 아이가 끼어드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한 아이는 푸름이요 다른 아이는 어린이입니다. 어버이가 보기엔 아직 앳되니 두 아이 도움을 바라지도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두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하고 우리가 모두 한집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울 적에는 같이 웃기보다는, 슬플 적에도 같이 울면서, 새로 나아갈 길을 찾자고 여기지요. 어버이만 아이를 돌보면서 이끌지 않아요. 아이도 어버이를 보살피면서 이끌어요. 어버이로서는 생각이 막히더라도 아이로서는 생각이 열릴 수 있어요.


  귀를 기울여서 들어요. 눈을 뜨고서 봐요. 마음을 열고서 함께해요. 그러면 모든 길은 즐겁고 눈부시게 확 열리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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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5.6.


《다시 시작하는 나비》

 김정란 글, 최측의농간, 2019.4.25.



득량만이란 바다가 있다. 이곳은 고흥하고 보성하고 장흥이 마주한다. 바다를 사이에 낀 이웃이지. 고흥군은 득량만 가운데 고흥 쪽 갯벌을 엄청나게 메꿔서 ‘고흥만’을 마련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는데, 논으로 삼겠다던 갯터에 뜬금없이 비행시험장을 때려짓고, 태양광발전소까지 마구 세운다. 무엇이 바르거나 즐겁거나 아름다운 길일까? 고흥군하고 전라남도청하고 국토해양부하고 국방부는 손을 맞잡고 ‘고흥만 매립지’에 ‘무인 군사 드론 시험장’을 밀어붙이려 하며, 벌써 삽차를 끌어들였다. 득량만을 사이에 둔 장흥·보성 이웃이 고흥에 찾아와서 도요새를 같이 지켜보고, ‘경비행기시험장 반대 월요집회’를 함께했다. 벌서 이태가 넘는 집회. 고흥군은 나랏돈 1100억 원을 끌어들여 ‘스마트팜’을 짓겠다는데, 이 터에 ‘석탄재(화력발전소 석탄폐기물)’를 마구 들이붓는다. 석탄재로 바닥마감을 하고, 유리온실을 지어, ‘스마트품 수경재배’를 하겠단다. 하루 내내 바람을 맞으며 《다시 시작하는 나비》를 틈틈이 읽었다. 새옷 입은 시집을 천천히 읽었다. 다시 날갯짓하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다시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이며 바다를 찾을 수 있을까? 다시 노래하는 숲을 지을 수 있을까? 다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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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빛 : 바닷마을 다이어리 5 바닷마을 다이어리 5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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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책시렁 188


《바닷마을 다이어리 5 남빛》

 요시다 아키미

 이정원 옮김

 애니북스

 2013.6.28.



  글하고 그림이 어우러지기에 아름답네 싶은 만화입니다. 글은 노래하는 가락으로 흐르면서, 그림은 춤추는 장단으로 흐드러지기에 만화라고 느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곧 “바닷마을 이야기”는 처음에 두 가지가 아기자기하게 흐르네 싶었으나 차츰 글밥이 지나치게 늘면서 그림으로 밝히는 장단까지 수그러들었지 싶습니다. 줄거리를 자꾸 늘리려 하면서 글밥이 늘어날밖에 없고, 이러면서 바닷마을 이야기가 ‘바닷마을’하고는 동떨어진, 그냥 어디에서나 보는 연속극으로 바뀌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어디라고 다르겠느냐지만, 순천은 순천이고 여수는 여수입니다. 숲하고 내를 아우르는 순천하고, 바다하고 섬을 어우르는 여수는 이야기가 안 닮아요. 밀양하고 통영 이야기가 엇비슷할 수 있을까요? “사람 사는” 대목은, 연속극으로 꾸밀 이야기라면, 엇비슷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터가 다르고 터에 도사리는 기운이 다르기 마련이라, 우리는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바람을 먹고 자랍니다. 서울살이하고 숲살이는 달라요. 서울살이랑 부산살이랑 광주살이도 다르지요. 바닷마을 다섯걸음은 ‘쫓빛’이 드러날 만한 자리가 도무지 안 보입니다. ㅅㄴㄹ



“그날은 나도 언니도 같이 있을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이러쿵저러쿵해도 돈이랑 지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23쪽)


“가게는 사라져도 아줌마의 맛은 사라지지 않는 거지. 정말 대단하지 않아?” (161쪽)


“머지않아 죽을 걸 안다 해도, 벚꽃이 예쁜 건 예쁜 거제.” (18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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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느린 만화가게 - 생태환경만화모음집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부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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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189


《작고 느린 만화가게》

 편집부 엮음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7.9.11.



  책을 손에 쥐면 우리 기운은 책한테 퍼집니다. 텔레비전을 바라보면 우리 기운은 텔레비전한테 스밉니다. 호미를 잡을 적에는 우리 기운이 호미로 뻗고, 연필을 들면 우리 기운이 연필한테 갑니다. 우리 기운이 어디로 흐르는가를 헤아리면서 밥을 짓습니다. 내 기운은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하고, 나한테는 어떤 기운이 오는가를 돌아봅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어떤 꿈을 짓고 싶은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작고 느린 만화가게》는 ‘생태’하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만화를 그러모읍니다. 다달이 나오는 잡지에 실은 만화를 엮습니다. 책이름처럼 ‘작고’ ‘느리게’를 들려주는 만화일 텐데, 우리가 디딘 이 터가 너무 크거나 빠르다는 생각을 돌려세우고 싶은 뜻을 밝혀요. 하나씩 살피자고, 서둘러 가지 말자고, 북새통을 이루지 말자고 합니다. 이런 뜻은 모두 좋다고 봅니다. 다만, 만화를 그린 분이 거의 다 서울이란 터에 살면서 서울 언저리를 다루니 좀 심심합니다. 숲을 품고 살아가는 나날을 그릴 만화님은 없을까요? 무엇보다도 굳이 작고 느려야 하지 않아요. 너른 숲님이 되고 힘찬 물결님이 되는 넋을 그려도 아름답지요. ㅅㄴㄹ



“TV를 끄고 2시간만 모여서 그냥 지내 보기로 했다. 딱 2시간만… 그런데.” (97쪽/김해진)


“나의 아이를 위해 솜을 넣은 헝겊 인형 순이를 만든다. 폭신폭신한 순이의 가슴은 안도감과 따뜻함을 준다. 나는 다시 시작한다. 내가 살고 아이도 살기 위해… 그리고.” (106쪽/장차현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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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5.4.


《사과 하나》

 후쿠다 스구루 글·그림/방선영 옮김, 중앙출판사, 2006.12.26.



능금 한 조각이 있으면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능금 한 톨이 있어도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능금 두 톨이나 석 톨이 있어도 그저 아이더러 먹으라 한다. 이러다 보면 내 몫은 하나도 없기 일쑤이다. 이때에 내 입으로 뭔가 안 들어오니 배가 고플까? 언뜻 본다면 배고프다 할 테지만 그닥 배고플 일이 없다고 느낀다. 밥은 입으로만 먹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으레 한 조각을 갈라서 나누어 준다. 혼자 차지하려는 마음이 없다. 작은 조각을 더 잘게 나누어 먹는다면 얼마나 작을까. 그러나 아무리 작은 조각이더라도 깊고 너른 숨결이 깃들기에 다 같이 넉넉할 만하다. 아무리 빈손이더라도 따스하고 고운 사랑이 흐르기에 모두 푸짐할 만하다. 《사과 하나》는 숲에서 배고픈 뭇짐승이 능금 한 톨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들 배가 고프다면서 능금을 먹으려 한다. 그런데 어떻게 먹으면 좋을는지를 모른다. 모두 망설이던 때에 새끼를 둘 건사한 어미 잔나비가 냉큼 능금을 집어서 달아난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없다. 다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 한결 낫지 않았을까? 나중에 얘기하기보다 처음부터 털어놓는다면, 처음부터 길을 찾는다면, 처음부터 실마리를 풀려 한다면 훨씬 홀가분하면서 즐겁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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