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
아라이 케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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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5


《일상 1》

 아라이 케이이치

 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8.10.30.



  후박꽃이 흐드러지는 사월 끝자락입니다. 밤에는 차더라도 낮에 후끈후끈 볕이 내리쬐는 기운을 받으면서 터지는 후박꽃은 어질어질하도록 꽃내음을 풍깁니다. 작은 꽃이 가득한 후박나무인 터라 벌이 떼로 찾아와서 꽃가루를 얻느라 바빠요. 벌이 춤추는 소리가 대단하지요. 후박나무 곁에서 벌노래를 듣다가 후박꽃내음에 골이 띵합니다. 봄꽃이 곁에 있는 하루란 고스란히 봄살림이로구나 싶습니다. 여름에는 여름꽃으로 여름살림을, 가을에는 가을꽃으로 가을살림일 텐데, 겨울에는 눈꽃으로 겨울살림이 되겠지요. 《일상》은 로봇 아가씨가 여느 사람들하고 섞여서 학교에 다니고 싶은 풋풋한 하루를 누리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로봇 아가씨는 등에 박힌 태엽감개를 떼내고 싶습니다. 박사님이 장난스레 몸에 이것저것 집어넣으면 못마땅합니다. 수수하게 수다를 떨고, 털털하게 밥을 즐기고, 소담스럽게 이야기를 펼 수 있기를 바라요. 하루란 그렇습니다. 늘 똑같이 되풀이하는 몸짓이 아닌, 늘 즐겁게 하고 또 하고 다시 하면서 새로 느끼거나 깨달아서 신나는 삶길이에요. 나비도 벌이랑 꽃가루를 나누어 먹는 해맑은 사월입니다. ㅅㄴㄹ



“왜 이런 무기를 장착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안 빠져 천만다행이다.” “나노는 왜 그렇게 로봇이란 사실을 감추려고 해?” “그야 당연히 귀엽지 않으니까 그렇죠.” “로봇 귀여워.” (38쪽)


“태염감개 단 채로 세 달이나 학교에 다녔잖아요.” “미안, 미안.” “청춘시대의 3개월은 귀중하다고요.” (17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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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환자 생활 - 병원 가서 기죽지 않고 주체적인 환자 되기
버니 시겔 외 지음, 문 실버만 옮김, 김철환 감수 / 샨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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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4


《당당한 환자 생활》

 버니 시걸·요시프 오거스트

 문 실버만 옮김

 샨티

 2019.3.28.



어째서 병원들이 그토록 위험한 장소로 변질된 것일까? 우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의료 기술이 인술을 대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기술로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인간이 인간에게만 제공할 수 있는 보살핌과 배려를 대신할 수는 없다. (20쪽)


‘병원hospital’이라는 단어는 원래 ‘환대hospitality’라는 어휘에서 파생된 말이다 … 호텔 관리인이라면 누구나 투숙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의료 전문가들은 사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그들만큼도 모르는 것일까? (22, 23쪽)


치유는 삶과, 또 사랑과 관련이 있다. 치유는 온전함 혹은 신성함을 경험하는 일이며, 삶과 창조주와 하나가 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반면 치료는 육체와 관계가 있다. (55쪽)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고 소중하며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덜 신경 쓰는 지혜를 알게 될 것이다. (189쪽)



  누구나 다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아플 수 있고, 몹시 앓다가 쓰러질 수 있습니다. 누구는 다쳤다가 말끔히 낫습니다. 어떤 이는 아파서 쓰러진 뒤에 도무지 일어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는 채 가볍게 지나갑니다.


  똑같은 일이 생길 적에 왜 다른 길로 갈까요. 똑같이 다쳤어도 왜 다르게 나을까요.


  손가락이 긁혀 피가 난다며 뭘 자꾸 붙이려 합니다. 때로는 뭔가 붙이고서 일할 수 있고, 때로는 아무것도 안 붙이고 안 바른 채 저절로 낫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다만, 다칠 적에는 한 가지를 헤아려야지 싶어요. 다친 까닭은, 앞으로 한결 튼튼한 새살이 돋으려는 뜻이라고 말이지요.


  《당당한 환자 생활》(버니 시걸·요시프 오거스트/문 실버만 옮김, 샨티, 2019)은 오늘날 병원이 ‘사람을 반기며 따스히 맞이하는 곳’에서 차츰 멀어지는 까닭을 곰곰이 짚으면서, ‘아픈 이 스스로 왜 아프고 어떻게 낫는 길’을 갈 만한가를 밝히려고 합니다.


  그렇지요. 아플 적에는 씩씩하게 아프면 됩니다. 지치거나 힘들어서 쓰러질 적에는 신나게 쓰러져서 쉬면 됩니다. 앓아누울 적에는 마음껏 앓아누우면서 새롭게 깨어날 우리 몸을 그리는 마음이 될 수 있어요.


  아픈 모습을 그리기에 내내 아플 수 있습니다. 튼튼한 모습을 그리기에 아픈 곳을 가만히 스스로 어루만지면서 다부지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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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4.15.


《금빛 알에서 나온 소녀》

 제인 레이 글·그림/김경연 옮김, 노란상상, 2010.11.30.



그림책은 몇 살까지 읽으면 될까, 하고 여기는 분이 꽤 많지 싶다. 이런 분한테 으레 말씀을 여쭙는다. “그림책은 아기부터 누구나 즐기는 책입니다.” 하고.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동시집이나 동화책은 굳이 안 읽히거나 안 읽는다는 분이 있으면 이때에도 비슷하게 말한다. “동시집이나 동화책은 어린이부터 모든 사람이 누리는 책입니다.” 하고. 《금빛 알에서 나온 소녀》를 아름답게 읽는다. 이야기가 아름다우니 이 그림책을 손에 쥔 사람도 아름다운 숨결이 된다. 여러 벌 읽고서 글손질을 해놓는다. 옮김말 여러 곳이 어린이 눈높이하고 안 맞는다. 아무튼 이 그림책을 지은 분이 《사과씨 공주》를 지은 분이었다고 뒤늦게 알아챈다. 그렇구나. 어린이를 비롯해서 온누리 사람들한테 가슴에 어떤 씨앗을 품으면서 하루를 지을 적에 스스로 빛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이런 그림책을 지어서 선보이셨구나. 숲에서 금빛 알을 찾아내어 보살핀 아이, 금빛 알에서 깨어난 ‘날개 돋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새우리에서 풀어내 숲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아이, ‘날개 돋는 아이’를 풀어주었기에 모진 가시밭길이 된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깃털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어느 날 같이 하늘로 날아오른 ‘날개 돋는 아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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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4.18.


《보석의 나라 1》

 이치카와 하루코 글·그림/신혜선 옮김, YNK MEDIA, 2019.5.10.



아차 하면서 하루가 흐른다. 놓치는 일이 있고 잊는 일이 있다. 엊그제 마감을 하려다가 깜빡 잊은 글이 있고, 어제쯤 하면 좋았을 텐데 싶다가 감쪽같이 지나친 일이 있다. 힘이 달려서 못 하기도 하지만, 힘을 다른 곳에 쓰느라 훌렁훌렁 보내기도 한다. 가늘게 숨을 모아쉰다. 양주에 있는 이웃님이 머리집게를 보내 주셔서, 고흥에서 양주로 책을 하나 맞띄운다. 우체국에 다녀오고서 《보석의 나라》를 가만히 읽는데, 이런 만화를 이런 생각날개를 펼쳐서 그리는 이웃나라 사람들은 참 재미나구나 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날개를 그림으로 담는 슬기로운 눈이나 고운 눈썰미는 왜 이 나라에서는 좀처럼 못 찾아볼까? 어리석은 사람도 제법 되지만, 찬찬한 사람도 참 많은 이웃나라라면, 이 나라는 찬찬한 사람도 꽤 많지만, 어리석은 사람도 무척 많은 셈이지 싶다. 깨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부서지고 망가졌으나 새로 고친다. 잊었으니 되새긴다. 잃었으니 되찾는다. 사라졌으니 새로짓는다. 두 손에 없으니 처음부터 즐겁게 한 걸음씩 내딛어 본다. 꽃다운 돌이란, 꽃돌이란, 값비싼 치레거리가 아니다. 빛접구나 싶은 돌, 빛돌이란, 값나가는 꾸밈거리가 아니다. 우리 몸이, 우리 흙이, 우리 살림이 모두 꽃돌이요 빛돌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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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멜 심해수족관 1
스기시타 키요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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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3


《마그멜 심해수족관 1》

 스기시타 키요미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9.4.30.



  눈으로만 볼 적에도 마음에 얼마든지 차곡차곡 그립니다. 귀로만 들을 적에도 마음에 넉넉히 담아요. 이러다가 두 손으로 만질 수 있다든지, 온몸으로 부둥켜안을 수 있어요. 입으로만 먹을 적에도 몸에 찬찬히 들어옵니다. 살갗으로 햇볕이며 바람을 먹을 적에도 몸에 가만히 깃듭니다. 굳이 몸으로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너른 기운을 받아들일 만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먹는 사랑이 있을 적에 더욱 씩씩하게 일어선다고 느낍니다. 《마그멜 심해수족관》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곁에서 바다밑 살림살이를 이야기로 듣고 책으로 배운 아이가 ‘심해수족관’에서 말끔지기 일을 하는 하루를 그립니다. 수족관에서 바다벗을 돌보는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빗자루나 걸레를 들고서 말끔히 쓸고닦는 일을 해도 좋습니다. 이 일이건 저 일이건 바다벗을 마주하기는 매한가지예요. 바다밑에 있는 수족관을 찾아오는 손님한테 곁말을 들려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전문 해설사여야 할까요, 아니면 바다벗을 마음으로 아끼거나 돌볼 줄 아는 사람이면 될까요? 전문 지식이란 무엇일까요? 책에 적힌 지식은 무엇일까요? 삶으로 안기에 사랑스러운 슬기입니다. ㅅㄴㄹ



“세계에서 제일 큰 공벌레예요! 얼핏 보면 징그러울지도 모르지만, 가라앉은 사체 등을 먹어 해저를 깨끗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에, 심해에 없어서는 안 될 생물이에요!” (47쪽)


‘왜냐하면 주름상어는, 어렸을 때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동경하는 생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75쪽)


“마그멜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수조에 매일 건강한 심해 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어요. 그래서 그 주름상어를 가지러 갔을 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제가 항상 보고 있던 것들은 생명이었다는 것을요.” (114∼11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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